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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ug 09. 2023

취준생 자존감, 신발보다 싸다! (우울함은 서비스)

극복은 셀프

취업 준비를 하는 동안 꼭 지켜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자존감'이다.


습관적 불합격에 '날 필요로 하는 곳은 정말 없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높은 빌딩을 지날 때면 세상에 회사가 이렇게 많은데 내 자리 하나가 없다니,라는 생각이 든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보면 더 작아진다. 심지어 사원증을 목에 걸고 퇴근하는 직장인을 보면 '뭐야? 좋은 회사 다닌다고 자랑하는 거야?' 심술을 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감정들이 주위의 짧은 위로로는 사라지기 힘든 감정이라는 것이다. 이 취업 준비를 끝내야만 사라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았다.


두 번의 공채불합격을 했다. 두 번의 공채 시즌이 지나갔다는 것은 나의 1년이 그냥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1년간 참 많이도 거절당했다. 어렵사리 서류에 합격하면 인적성에서 떨어지고, 혹은 면접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지원하기를 누를 때마다 불합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늘 했다. 그래야 덜 상처받을 것을 알기 때문에 날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다. 그럼에도 실망감은 감출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붙은 걸까 분노하다가도 나보다는 훨씬 좋은 학교에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이겠지 체념하기도 했다.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하지 않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 자존감은 점점 떨어져 갔다.


어디서도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엔 잘난 사람이 너무 많다.



떨어진 자존감과 함께 찾아온 것은 우울함이었다. 그때의 나는 우울함이 디폴트인 인간이었다. 잠시 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마음 한편은 늘 불안하고 우울했다. 어제 낸 지원서는 합격할까?, 떨어지면 어떡하지?, 더 이상 지원할 회사도 없는데...


별 것도 아닌 일로 눈물이 나는 날들이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혼자 문득 우는 건 기본이다. 오죽하면 남자친구와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가서는 남자친구가 볶음밥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유로 서러워서 울었다. 사실 진짜 볶음밥 때문인지, 취업이나 볶음밥이나 인생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평소의 나라면 울지도 않을, 5살짜리 아이도 울지 않을 이유로 혼자서 우는 날이 늘었다는 것이다.


먼저 취업을 한 친구들은 '다 때가 있다'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놈의 "때"는 도대체 언제 오는지, 오긴 오는지. '너희는 취업했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나에게 선택지는 '취준'뿐이라고 생각했기에 계속 지원했고, 계속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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