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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n 01. 2017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의문을 더이상 견딜수 없을 때


너는 어떤 사람이에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갑자기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치솟을 때, 글에 대한 열정이 몽글몽글 솟아날 때 가입해뒀다가 아주 가끔씩 구경만 했었다. 오늘도 같은 이유로, 문득 궁금해져서 접속을 했다.


브런치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많다. 추천 작가란인지, 상단에 떠 있는 리스트에는 대다수의 기자들이 분포해있었다. 맞춤형인가? 그런데 나 로그인도 안되어 있던 상태인데 내가 기자인 줄 어떻게 알았지?

조금은 신기한 기분에 다 들어가 보았다.


그러다가 든 생각은,


기사로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람들이지만 글에 대한 목마름이 있구나.
기사가 아닌 글, 생각, 일상의 틈 같은 것들.



기사에는 분명히 지켜야 할 틀과 선이 있다. 나 좋자고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팩트를 체크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독자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기사는 내 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글이 아니라고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브런치의 사소한 조각들은 모두 자신을 향해 있었다.


기사와 글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글과 기록에 대한 꾸준한 압박감을 지니고 있는 나로서는, 매일 기사는 송출하면서 글을 쓰고 있지 않는 내 자신이 왠지 직무유기를 저지르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껍데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텍스트를 읽지 않은 채,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글을 쓴다는 게 더 모순 같다. 외부를 향해있는 기사만 쓰다가는 결국엔 자신을 잃어버리는 날까지 온다. 내 캘린더만 봐도 나에 관한 것보다 가수들의 컴백 스케줄, 드라마와 예능 첫방과 막방 일정이 한가득.



잊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디를 다녔으며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실제로 그랬다. 누군가가 연예계 이슈를 묻는다면 술술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정작 나에 대해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브런치를 시작한다. 비록 타오르고 꺼지는 일이 빈번한 작심삼일의 나이지만 아직, 어떠한 것에 마음이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는 사람임에 안도감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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