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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ug 06. 2018

적절한 순간에만 입 열기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집에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면, 분명 에너지를 소모했는데 어디에 그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기억에도 남지 않는 대화를 하고 마음에 있지도 않은 반응을 하려 나는 그 많은 감정소모를 했다.


누군가와 나눈 말들을 잘 기억하지 못 하는 편이다. 단순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별로 기억에 남는 대화가 아니었던 거다. 그 순간에는 진심으로 말했지만 그때에만 머물렀던 마음들, 때로는 말하고 싶지 않은데 분위기에 따라 나도 모르게 열린 입. 나는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모르는 에너지를 채우려고만 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이 갈 곳 없는 말들은 정말 쓸데가 없는 걸까,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어느 정도는 필요한 윤활유 같은 존재인 걸까.


분명한 것은 나는 필요한 말만 하고 듣고 싶은 사람인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  어차피 어떠한 말들은 상황만 남길 뿐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내가 그곳으로 넘어가 흘려버린 단어들을 수집하지 않는 이상 이미 그것들은 사라진 존재가 되는 셈이다. 동시에 나에게는 에너지 소모의 근원이자 없어진 존재인 말들이 '저 너머'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영혼이 깃든 한 마디가 되고 만다.


그러니 진심으로, 귀를 닫지는 못하더라도 입만큼은 적절한 순간에만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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