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 Aug 22. 2018

고민이 없어서 고민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고 든 생각

대학교 1,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친구들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는 편에 속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입을 닫았다. 희망이 없는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내 마음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게 다 끝이 없는 한탄이고 동시에 끝을 알고 있는 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말해야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쉴 새 없이 말들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나는 또 한 번의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엔 똑같은 말. 동어반복을 하고 있는 내가 한심했다. '혼자 그냥 그렇게 틀에 갇힌 채 외롭게 살겠구나' 하는 비관적인 생각, 또 더이상 나아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말함과 동시에 느껴졌고 그래서 더 우울해지고 괴로웠다.


20대 초반, 첫사랑과 헤어진 뒤 나는 몇 년이나 힘들어했다. 매번 같은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을 괴롭혔다. 내가 진짜 그 사람을 잊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내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제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내가 나를 스스로 밑바닥까지 끌어 내렸고, 그런 내 자신을 보며 또 불안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던 거다. 내가 우물 밖을 빠져 나오려는 마음을 갖지 못 했는데 앞이 보일리는 만무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다보니 다시 한 번 혼란스러워진다. 어디까지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하며, 어디까지가 진짜 내 모습과 감정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같은 말이라도 계속해서 내뱉으며 감정확인을 하는 게 나은 걸까,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묻어두는 편이 나은 걸까?


지금의 나는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사람이 됐다. 사람들이 '요즘 고민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고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지금 뭐때문에 힘들어하는지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않고 있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진실한 내면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나는 고민이 없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회피하는 사람이 되어 있던 거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에게 오는 자극을 깊숙이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고민을 만드는 일이 지금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방법인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