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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May 31. 2019

부끄럽지만, 나는 이기적이었다

세상의 중심을 확장하는 일

나는 발산과 수렴 사이에서 늘 발산만 하고 살았다.


지금까지는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왔다. 생각과 감정을 잘 다듬어 표출하고 싶어하고 또 소신을 갖고 일을 해내려 노력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의견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것이지, 내 안의 중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스스로만 단단하다면 그 어떤 것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에 대해 귀 기울이고 살기 어려운 요즘, 이런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하는 스스로를 통해 자극을 받고 또 주려고 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발산’만이 아니었다.



상대의 뜻을 헤아려 보는 과정

다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들 생각. 다른 사람이 내심 원하는 것들. 이런 것들을 모두 지나쳐 왔다. 나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높이자는 게 아니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의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 감정을 느껴보는 공감능력과는 다른 의미다.


예를 들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쇼케이스 진열을 할 때 과일이 내 입장에서 바르게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홀 밖으로 나가는 수고를 더해 손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식이다. 어떤 음료를 주문하며 각종 커스텀을 할 때 그에 따라 기계처럼 재료를 추가하고 빼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 손님이 더 달게 드시고 싶어 하는구나’ ‘이 손님은 좀 더 진하게 드시고 싶은 거구나’와 같은 판단을 내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음료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하물며 유튜브 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때에도 내가 하고 싶은 주제를 바탕으로 하되구독자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본인의 중심은 스스로가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모든 일에서의 중심이 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은 자신 위주로 돌아간다는 생각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세상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를 더욱 잘 살피고 그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게 도드라진 분야가 바로 마케팅, 서비스업 등이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생각이나 취향을 뒤로하고 제3자가 봤을 때 만족할만한 것들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내 안의 것들을 발산하는 일만 해왔고 생각 또한 그런 루트를 따라왔다. 심지어 글을 쓸 때도 타깃, 즉 독자를 생각하기보다 말하고 싶은 것들만 떠들었다. 이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희망하던 멋진 사람이 아니라 이기적인 모습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자신에만 몰두해 있는 사람이 과연 깊은 파도를 일으킬 수 있을까?


이제는 서비스직으로 업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상 변화해야 한다. 가장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는 비단 일뿐만이 아니라 내 인생을 다르게 만들 핵심적인 요소임을 알았다. 지금까지 고민하고 힘겨워하던 것들의 원인이 이런 이기적인 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 자신부터 바뀌어야 다른 일들도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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