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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ug 13. 2017

기자와 글쓰는 사람 사이에서 1

기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읊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기자가 되고 나서야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한 번쯤은 말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다.




1.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끄적이고 별볼 일 없는 것들도 노트에 기록하는 행위를 좋아했다.

여기서 '행위'라고 표현한 이유는, 내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 자체를 즐겼기 때문이다.

마치 서점에 가서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을 잔뜩 사서 뿌듯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랄까.

어떤 종류의 텍스트든 일단 좋아하고부터 봤던 나는 글을 써야만 했다.

해온 것과 할 줄 아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 취향이라고 또박또박 말할 수 있는 게 글뿐이었다.(글과 글을 쓰는 내 모습, 어떤 게 진짜 내 취향인지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2.

처음부터 연예부 기자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뷰티에 관심이 많았으며 문화 쪽으로는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커 아는 척 기웃거렸다.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에는'연예부 기자=기레기'라는 선입견이 자리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연예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연예매체에는 어디어디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 분야의 기사는 글이 아니라는 편협한 생각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연예부 기자를 하기에 엔터테인먼트 트렌드에 관심이 없었고, 따라가는 속도 또한 너무 느렸다. 좋아하는 것들의 범위도 너무 좁았다. 보는 거라고는 로코 드라마나 개그코드가 맞는 예능 몇 편이 전부였다. 드라마도 방영된 지 수 년이 지나서야 VOD로 보는 사람이었다. 영화는 이해도 못할 심오한 작품을 골라 보는 걸 좋아했다. 듣는 음악은 골수팬 18년차에 접어들게 만든 신화, 어쿠스틱한 인디가수 뿐이었다.


써놓고 보니 정말, 나 연예부 기자된 거 아직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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