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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Sep 03. 2017

기자와 글쓰는 사람 사이에서 2

기자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읊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기자가 되고 나서야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한 번쯤은 말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자기고백이다.




3.

나는 장래희망에 무지했다. 딱 하나, 줄곧 로망을 품고 '되야겠다'라고 생각한 직업은 잡지 에디터였다. 친구들과 잡지 스터디도 하고 독립잡지 출판도 고려해봤었다. 하지만 패션지 어시스턴트로 근무하다 그만둔 친구는 잡지업계의 실상을 폭로(?)했고, 한 친구가 다니던 회사의 패션지는 폐간됐다. 게다가 취업의 압박은 점점 현실로 다가와 나를 짓눌렀다.


사람인 사이트에 들어가 글과 관련된 직장이라면 다 지원했다. 정확히 구체적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알지도 못한 채, 세세히 나뉘어 있는 업계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다. 무작정 입사한 후 그곳에 내 취향을 끼워 맞추려고 생각했다. 내가 적응력과 몰입도가 높다는 장점을 과대평가했다.


내 기억으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동향을 살피는 잡지사 1군데, 온라인 연예매체 2군데, 종합지 1군데에서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 프랜차이즈 쪽은 관심도 많고 더 알고 싶은 분야였지만, 회사 분위기가 너무 올드했다. 종합지에서는 시험을 봤는데, 내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회 정치 분야였다.(특정 언론사들은 부서 순환 근무를 시키거나, 수습과 인턴을 거친 뒤 부서 발령을 한다.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내가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지원했다는 창피한 과거이기도 하다.)


남은 연예매체 2군데. 한 군데는 사이트에 들어가 아무리 살펴봐도 취재기사가 없었다. 보도자료와 현장기사를 구분하지 못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미심쩍었다.(이제야 아는 것이지만 이런 매체는 돈을 벌기 위해 어뷰징, 자료, 우라까이 등만 해대는 곳이다.) 나머지 한 군데도, 뭐 사실상 똑같았다. 기사 같지 않은 기사를 쏟아냈다기보다 신생매체였다.


4.

당시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놨던 기억이 난다.



"나 연예부 기자 해도 괜찮을까?"



앞서 말했던 연예부 기자에 대한 편견, 그리고 엔터업계에 대한 막연한 설렘과 무지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질문이었다. 사실 끌리긴 했다. 왠지 연예계라고 하면 멋있어 보이고, 다가가기 편한 가십거리니까.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챈 친구들은 나를 만류했다. "그래도 좀 그렇지 않을까? 어떤 이유로 연예부로 가고 싶은 거야?"


하지만 나는 한 번 꽂힌 것에 몰두하는 금사빠였고,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신생매체에 입사해 연예부 기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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