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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요 Sep 19. 2021

걱정마요

-웅디의 여행

  매일 밤 웅디는 여행을 떠납니다. 모두가 잠든 밤 웅디는 드론을 타고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코로나 전에는 낮에도 여행을 갔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거북용 마스크가 따로 없다 보니 밤에만 움직이게 됩니다. 밤 여행은 낮 여행보다 오감을 집중해서 보니까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참! 웅디는 웅이 아저씨네 사는 반려동물 거북입니다. 웅디는 아빠인 웅빠, 엄마인 웅마와 함께 원룸 구석의 네모난 어항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는 평범한 보통의 거북이로 평생 어항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웅디는 다릅니다.

  웅디는 태어나자마자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웅이 아저씨는 동물병원을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거북이를 치료해 줄 수 있는 동물병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웅이 아저씨는 인터넷 검색 창 맨 마지막 줄에서 한 줄기 희망을 찾았습니다. 대한민국에 딱 한 곳 있는 거북이 치료 전문 동물병원을 찾은 것입니다. 병원의 이름은 ‘걱정마요’였습니다. 이름이 몹시 이상했지만, 아픈 웅디를 생각하자니 이름 같은 건 따질 때가 아니었습니다. 이상한 병원 이름과는 달리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웅이 아저씨의 마음에는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조금 전까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던 사람이 맞는지? 사정없이 뛰던 웅이 아저씨의 심장이 잠잠해졌습니다.

  웅디를 치료해 준 건 닥터 마요 씨입니다. 닥터 마요 씨는 웅디를 진료한 후에 백신 주사를 맞혔습니다. 웅디는 3주 동안 입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웅이 아저씨는 지난달에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 중이라 수입이 없습니다. 퇴사 기념으로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거북이 키우기’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큰맘 먹고 세 마리 거북이 가족을 샀는데, 한 달 후에 웅디가 이렇게 아프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3주 입원 이야기를 꺼낸 이후부터 멍해 있는 웅이 아저씨를 본 닥터 마요 씨는 입을 열었습니다.

  “아! 혹시 입원비 때문에 걱정하는 거라면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걱정마요에 입장과 동시에 발생되는 비용들은 전부 무료입니다.”

  “네? 설마요? 입원비가 무료라고요?”

  무료라는 말에 웅이 아저씨의 귀가 번쩍 뚫리는 거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아직 우리 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 같으시군요. 하기야 이렇게 아픈 거북이를 이 먼 곳까지 데리고 올 정신이면 저희 ‘걱정마요’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 없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사실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찾을 수도 없습니다. 웅이씨가 걱정마요로 찾아온 자체가 행운인거죠.”

  웅이 아저씨가 더 멍해지기 전에 닥터 마요 씨는 ‘걱정마요’의 병원 설립 과정과 간략한 정보를 래퍼처럼 3분 안에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요약하면 걱정마요는 이름처럼 병원비는 걱정마요!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회원이 있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반사모의 후원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반려동물 병원비는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웅이 아저씨는 분명히 한국말로 들었고 이해도 되지만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말도 안 돼. 요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냐고?’

  마음속의 말이 나오려던 것을 간신히 삼켰습니다.

  웅디는 그렇게 21일 동안‘걱정마요’에 입원해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닥터 마요 씨는 정성을 다해 웅디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심심한 웅디를 위해 드론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며 드론에 태워주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닥터 마요 씨의 롤모델은 닥터 둘리틀입니다. 닥터 둘리틀은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닥터 마요 씨도 닥터 둘리틀처럼 동물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몇 명 안 됩니다.

 “웅디, 위로 올라갈 때는 이 버튼을 눌러야 해. 네가 타고 있을 때 속도가 갑자기 올라가면 위험하니까 조금씩 속도를 올려야 해.”

  닥터 마요 씨를 통해 웅디는 스마트한 거북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3주라는 시간은 어떤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던데, 역시나 닥터 마요 씨의 맞춤형 드론 교육을 통해 웅디는 드론 박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퇴원하는 날 닥터 마요 씨는 퇴원 선물로 웅디에게 최신형 드론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웅이 아저씨가 이전에 다녔던 회사가 IT 회사라 드론에 대해 좀 알고 있는데, 이렇게 비싸고 좋은 드론을 거북이에게 준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요 선생님, 우리 웅디를 무료로 치료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히려 선물을 드려도 부족한데. 게다가 드론이 한두 푼도 아닌데 염치없이 받아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웅이 아저씨에게 닥터 마요 씨는 등을 토닥이며 말했습니다.

  “아픈 웅디를 포기하지 않고, 이 멀고 먼 걱정마요까지 와 주신 주인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웅디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의사지만 때로는 의학을 뛰어넘는 사랑의 힘으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번 웅디도 그런 경우이고요. 웅디는 그만큼 특별한 거북이니 드론 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걱정마요를 떠나는 웅이 아저씨와 웅디에게 닥터 마요 씨는 거북이 전용 영양제까지 듬뿍 챙겨주었습니다.


  웅디는 드론을 타고 웅이 아저씨 새 직장으로 날아갑니다. 아저씨는 이전 회사에서 야근이 너무 많아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이었습니다. 몇 달 쉬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던 중이었습니다. 웅이 아저씨가 사는 원룸 주인이 집을 팔아서 새로운 주인이 오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주인은 계약이 끝나는 다음 달부터 집값을 올릴 예정이니 계속 살고 싶으면 돈을 더 내고, 돈을 낼 수 없으면 이사 가라고 했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 웅이 아저씨는 더는 쉴 수 없었습니다. 바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택배회사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저씨는 내비게이션을 보면서 운전을 해도 심각한 길치입니다.  길을 잘못 들어서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갈수록 많아집니다. 심지어 새벽배송을 늦어서 옐로카드를 2번이나 받은 상태입니다. 여기서 한 번만 더 실수하면 3개월 인턴 생활만 하고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아, 하나님! 지금 이 순간 누구든 뭐든 아무나 보내셔서 이 길치를 도와주세요. 제발요.”

  ‘똑똑’

  택배 화물차 밖에서 소리가 납니다. 놀란 웅이 아저씨는 창문을 내리자 웅디가 드론을 차 가까이에 붙입니다. 멍해 있는 웅이 아저씨에게,

  “아저씨 정신 차려요! 저기 뒤에 누가 와요. 빨리 저를 차 안으로 들여보내 주세요.”

  웅이 아저씨는 황급히 웅디와 드론을 조수석에 앉히고 정신없이 운전하며 택배회사를 빠져나왔습니다. 성격 급한 웅이 아저씨가 숨넘어가기 전에 웅디는‘걱정마요’에서 있었던 일과 본인이 특별한 거북이임을 이야기 주었습니다. 웅이 아저씨는 걱정마요 에 들어갔을 때처럼 웅디가 조수석에 앉자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웅이 아저씨는 매일 웅디와 대화하는 상상을 했었습니다. 혼자 사는 웅이 아저씨에게 거북이 가족은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었습니다. 이제는 웅디에게 일방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아저씨 이건 현실이에요! 정신 차리시고. 자, 50m앞에서 좌회전하세요.”

  스마트 거북이 웅디의 도움으로 웅이 아저씨는 평소보다 빨리 택배 배달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언덕길과 옥탑방 배달은 웅디의 드론 찬스를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때만 말이죠.

  웅디와 웅이 아저씨는 환상의 호흡으로 택배물건을 더 많이 배달하게 되면서 월급이 차츰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사 가려면 아직 더 많은 돈을 모아야 하지만 웅디와 함께라면 그 어떤 일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웅이 아저씨, 걱정마요.”

  “그래, 우리 모두 걱정마요!”


  원룸 구석의 네모난 어항 속에 웅빠와 웅마는 천천히 유영하며  나간 아들 웅디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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