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 이영자가 그런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집에 갈 때 늘 왼쪽으로만 갔는데, 오른쪽으로 가 보니 전혀 다른 내가 보이더라.
그래서 나를 바꾸기 위해 내가 가장 하지 않을 것 같던 일을 했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죽어도 못 하겠는 것을 하나 해 봐라"
한참이고 생각을 해 봤다. 나는 어떤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어떤 것을 가장 못하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그렇게 지나갔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나는 비슷한 말을 또 보게 된다.
"Everything you want is on the other side of fear"
가끔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것처럼 이런 말들이 들려오는 때가 있다. 그 무렵의 나는 아마도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누군가의 프로필 사진에 있었던 말인데 이 말이 나에게 와서 닿았다. 그때부터 나는 원래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스로 나서서 모임의 장이 되어봤다. 독서모임의 파트너에 지원했는데, 나는 늘 모임에 참여하는 역할을 했지, 누군가를 이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도 늘 나는 무언가의 일원이었지 리더는 해본 적이 없다. 동아리를 하면 총무를 했다. 회장은 하기 싫었다. 조모임을 하면 ppt를 만들었다. 발표가 하기 싫어서. 그래서 나에게 어떤 모임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건 가장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도전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별 일 아니었을 수 있는데, 첫 모임이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발제문도 여러 번 고치고, 모임 할 때도, 같이 어울려 놀 때도 많이 긴장을 했다. 해 보니 생각보다 나는 이런 상황에 많이 서툴구나 깨달았다. 아직도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할 때는 잘 떨고, 사람들 이야기를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은 불편해 한다. 알아야만 고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는구나. 나를 보고 깨달을 수 있었다.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쫄보인 나는 집 앞에 길고양이가 있으면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갔고, 어두운 밤거리 돌아다니기를 가장 무서워한다. 그런 내가, 여자인 친구랑 단 둘이 멕시코로 여행을 갔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지인들이 총기 사고, 납치, 잘못된 음식물 섭취로 인한 실명 등등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범죄들을 보내줬다. 모두 멕시코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래도 갔다! 위험하기로 유명한 멕시코 시티와 플라야 델 카르멘, 칸쿤을 잘 여행하고 돌아왔다. 손가락이 두 개 밖에 없는 나이트 삐끼와 악수도 해봤고, 차들이 180km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무단횡단도 했고, (횡단보도가 없어서 꼭 뛰어서 건너야 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안 했을 다이빙도 해봤다.
돌아보면 그렇게 많이 웃고, 또 많이 즐거웠던 여행도 없었다. 정말로 다시는 못 가볼 여행이었다. 물론 위험한 곳을 여행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또 같이 다녀도 보고, 내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 낸 게 스스로 더 신기했다. 멕시코처럼 다시는 못 갈 수도 있는 먼 곳에 갔더니, 내가 두려워하던 무언가에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평소의 나도 이제 할 수 있겠네, 별 거 아니네.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처음으로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을 해봤다. 알지도 못하고 어떤 연결도 없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봤고, 대차게 무시당했다. 그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고, 몇 명의 사람에게 물어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번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왜 지금까지 이런 일을 못했지? 하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데이트를 신청해보기도 했다.
내가 처음이라고 망설였던 많은 일들을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들이었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 감정을 무서워하거나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를 존중해주고, 내 감정을 무서워하거나, 또 부담스러워하거나 또 나에게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나 스스로 너무 벽을 치지 않되, 동시에 그 사람에게도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가지 않을 것. 이 쉬운 말이 나에겐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다른 상황에 나를 놓아본 것은 결과적으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내가 하지 않았던 경험들을 해봤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 나를 보기도 했다. 더 이상 안에 숨지 말고, 조금 더 당당 해쳐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늘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쉬우니까.
만 30살이 갓 넘은 지금 여전히 나에게는 처음 해 보는 일이 많다. 그래도 여전히 그 두려움을 깨며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한다. 그래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부족하고 서툴고 그리고 어리숙할지라도, 우선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