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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r 26. 2024

더미그나 포트폴리오 - 일러스트

나는 나를 브랜딩 했다. 브랜딩 과정을 공개합니다. EP.17

아이펜슬이 사라졌다! (주1)

오늘 당장 그림작업을 해서 전달해야 하는데 아이펜슬이 보이질 않는다. 


책상 위를 살펴보고, 

방을 뒤져보고, 

거실을 뒤집어 보고, 

서랍들을 다 열어봐도

없다.

아 힘 빠져. 


한 시간 동안 아이펜슬을 찾는데 나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지치다 못해 왜 내가 프로필 일러스트를 그리겠다고 약속을 했을까.. 나 스스로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일요일 조용한 새벽시간이 다 지나가고 있었고, 결국 아들이 깨어났다. 아 계획했던 작업이 모두 허무하게 끝나버린 기분이었다. 


그래!!! 

그냥 하나 다시 구입하자!!! 

맘을 고쳐먹기로 했다. 

없으면 있게 만들면 되지!!!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또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여유로 2개의 아이펜슬을 한꺼번에 구입해 놓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일단 하나만 온라인으로 구입을 하고, 픽업을 하기로 했다. 


일요일 오전, 계획에도 없던 외출을 해야 했다. 은근히 귀찮다. 아들을 봐줄 사람이 없으니, 외출을 싫어하는 초4학년 아들을 설득해야 했다. 바로 흥정이 들어온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베네핏이 무엇이냐 물어온다. 

책을 사주겠다! 

아들이 히죽거리며 서둘러 옷을 입기 시작한다. 


아들은 만화책을 생각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일단 깔끔한 흥정이 끝났으니,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들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나서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계획에 없던 지출까지 해야 했다. (호주에서는 거의 모든 책을 수입하기에, 책값이 꽤 비싼 편이다.)


쇼핑몰 도착 후, 서점부터 들렀다. 나는 어린이소설이라는 조건을 달고, 책을 고르라 했다. 아들의 허탈함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금세 포기하고,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어린이 소설을 살펴보느라 아들은 진지해졌다. 그리고 네 권의 책을 골라왔다. 모두 포기할 수 없다며, 가슴에 꼭 품고 있었다. 


오전 내내 불평으로 가득했던 날이었는데, 뜻밖의 행복감이 찾아왔다. 


모든 상황들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들과의 일요일 오전 외출을 신선한 힐링타임이 되었고, 책을 구입하느라 10만 원 정도의 돈을 지출했지만, 아들과 함께 책을 읽을 저녁타임이 기다려졌다. 


그러는 사이, 외부의 자극들이 여럿 생기다 보니, 며칠 동안 꽉 막혀있던 일러스트 작업도 순간적으로 찾아온 영감으로 만족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아이펜슬이 사라져 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의도적으로 내가 사고의 전환을 한 건 아니었지만, 아이펜슬이 사라졌을 때, 새로 사기로 마음을 먹은 건 신의 한 수였다. 


포기하지 않고, 

한 발자국 내어봤더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이 

휘리릭 

내 앞에 펼쳐진 그런 기분이었다. 





참된 리더는 자신을 이끄는 사람이다. 모든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를 건져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이다. - 보도 새퍼 (주2)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2024월 3월 24일 - 일러스트 작업 by THE ME KUNAH





(주1) 아이펜슬 : 아이패드에서 사용되는 아이펜슬은 디지털 펜으로, 사용자가 아이패드의 화면에 직접 그림이나 글을 쓸 수 있도록 해줍니다.

(주2) 멘탈의 연금술, 보도 새퍼, 토네이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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