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브랜딩했다. 브랜딩 과정을 공개합니다. EP 16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theMe Kunah)'의 창조과정과 저의 생각을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더미그나는 내 이름(근아)에서 시작된 브랜드이고, 그 나, theME, 내 안의 나를 주제(theme)로 삼고 있다. '자기답게, 자신으로써, 자신 있게'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브랜드다.
자기답게.라는 말을 좀 더 생각 보기로 했다.
자기 自己
1. 그 사람 자신.
2. 철학 대상의 세계와 구별된 인식ㆍ행위의 주체이며, 체험 내용이 변화해도 동일성을 지속하여, 작용ㆍ반응ㆍ체험ㆍ사고ㆍ의욕의 작용을 하는 의식의 통일체.
답다.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에 맞다.
우리 둘째가 4살 때, 엄마가 요리를 하면,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있는 힘껏 쳐들고 싱크대 위를 궁금해한다. 호기심이다. 특히나 그날은 아들의 첫 번째 소풍날. 나는 김밥을 만들고 있었다.
내 주위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와 소풍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이는 김밥에 대한 엉뚱한 질문들을 퍼붓기 시작했다.
김은 왜 까매요?
밥이 붙었어요!
풀 발랐어요?
노랑건 뭐예요?
무? 무는 하얀데.
김밥을 만들고 있는 내 옆에서 쫑알거리며 엉뚱한 질문까지 해대는 4살 아이의 말에, 나는 김밥이라는 것이 새삼스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김밥을 만들어내는 기분이었다. 가짜 노란무를 넣고, 밥을 풀로 김에 붙여 만든 김밥. 심지어 김밥말기가 아이와의 놀이로 변해가고 있었다.
김밥을 만들어 볼까? 네!
김 올리고! 김 올리고!
밥 올리고! 밥 올리고!
참치 올리고! 참치 올리고!
단무지 올리고! 단무지 올리고!
시금치 아주 조금 올리고! 그건 싫은데~
돌돌돌 말아서! 돌돌돌 말아서!
동그라미! 동그라미!
이제 이렇게 자르면?
짜잔~(짜잔형 캐릭터 흉내)
김밥이 되었지요! 우와~
동그라미 안에 담긴 알록달록한 컬러를 가진 김밥에 눈이 휘둥그레~
두 번째 김밥을 만들 때는, 까치발로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아들은 여기저기서 디딤대로 사용할 것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의 대화와 상황은 나의 동시집에 그대로 담겨 있다.
엄마한테 올라가고 싶어요
위에서 뭐 하는지 궁금해요
수건 깔고,
그 위에 가방 올리고
그 위에 과자 올리고
그 위에 김 올리고
그 위에 인형 올리고
올라갈래요
올라갈 수 있어요
기다려 보세요.
아들도, 자신만의 김밥을 만들고 있었다. 이제 나와 아들은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높이 쌓기 능력.
호기심이었다.
호기심이 새로운 창조를 낳았다.
김밥재료가 쌓이며 높아지는 것을 보며 신기해 한 아이는, 자기 나름의 호기심을 발동하여 이것저것의 물건을 올리며 실험을 계속 시도 중이었다. 결국 자기만의 디딤대를 완성시켜 나의 요리과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나는, 아이의 말을 동시로 짓고, 그림을 그려 또 다른 창조를 세상에 내놓았다.
아들은 아들만의 방식, 호기심으로 김밥처럼 물건을 올려 디딤대를 만들었고,
나는 나만의 방식, 글과 그림으로로, 아들의 호기심을 동시로 표현했다.
아이는 아이다웠고,
나는 '나'다웠다.
아이다웠고,
나다웠고,
우리다웠다.
우리 둘 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냈다.
자기다움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
더미그나는 자기다움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브랜드입니다
자기답다.라는 주제로 다시 돌아왔을 때,
자기다움을 찾는 건 어떤 것일까.
여기선 자기를 먼저 인정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자기의 못난 모습까지 인정. 벽뒤에 숨기고, 내 안에 숨기고, 그런 내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게 자기다워지는 첫 단계일 것이다. 물론 두렵고, 창피하고,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모든 모습이 자기인걸. 그냥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나는 요즘 코칭을 받고 있다. 코치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의 진짜 모습을 내가 대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내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떨 때는 눈물을 흘리고, 어떨 때는 멋쩍은 웃음으로 그 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내 밖으로 나를 꺼내어 바라보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내 마음속 한 공간에 바람이 부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그 가벼움을 누리는 중이다. 하루종일 에너지가 좋다. 누가 나에게 어떠한 나의 약점을 얘기해도 마스터코치 말씀처럼, "그런데 뭐. 어쩌라고. 그게 난데." 저절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존재감이 더 느껴지는 순간이다.
더 인정받는 기분이다.
근아의 모습이 좀 더 뚜렷해지는 기분이다.
독특한 못난 모습을 들키면 더 신이 난다.
난 더 더 특별해지기 때문이다.
더미그나는 자기다움을 가진 theMe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입니다.
나의 작은 성공이 나의 악덕에서 말미암았다고 생각될 때가 드물지 않다. 나는 여느 사람과는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옹고집이다.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도 마다치 않는다. 그게 다른 이들의 행복일지라도 그렇다. 정말로 선한 일들은 악덕의 도움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 양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소로의 일기 (주1)
(주1) 소로의 일기, 헨디 데이비드 소로, 갈라파고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