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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Mar 22. 2024

내가 그린 별들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나를 브랜딩했다.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theMe Kunah)'의 창조과정과 저를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우와! 

오리온 별이다!!

점 세 개! 여기 별 두 개, 위에 또 두 개!!

맞아! 맞아! 오리온!!!


오리온 별들(주1)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호주 시드니, 3월, 쌀쌀한 가을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사실, 어제는 별을 제대로 봐야겠다 맘먹은 날이었다. 

별에 대한 글을 발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의 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계획을 하늘이 미리 알았는지, 우주가 내 마음을 먼저 읽었는지, 해 질 무렵부터 하늘이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다. 하늘의 구름들이 모두 지평선으로 내려와 나를 둘러싼 듯, 원모양의 구름띠모양으로 둥근 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내 머리 위로 있는 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멀리 달표면까지 보이는 듯한 선명한 달만 보였다.


유리창 물제거를 하는 유리 스퀴지로 하늘의 구름들을 싹~ 모아 내려놓은 듯했다. 



그리고, 운전 중에 만난 강렬한 선셋. 

별을 봐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하늘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널 위한 선물이야! 별이 널 찾아올 거야. 준비됐어?"

왠지 기대되는 밤하늘이었다.


한 시간 동안의 외출을 마치고, 

가로등이 두 개밖에 없는 집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암흑이었다.

별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밤하늘에 별들이 한가득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엄마마마마!!!

별 세 개!!! 

아들이 별자리를 찾았냈다!


어! 어! 그렇네!!!! 그건 무슨 별자리지? 

우린 언덕 위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별들을 바라봤다. 


우리는 별 세 개의 별을 가진 별자리가 

오리온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 오리온 별들은 밤새 우리 집 위에 떠 있었다. 

반. 짝. 반. 짝.









며칠 전, 꽤 오랫동안 한줄한줄 음미하며 읽었던 <아카바의 선물>이라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글을 쓰고 있다.


간략하게 내용을 요약하면, (스포일러 조심, 책을 읽으실 분은 파랑 부분을 스킵하세요.)

툴루라는 주인공 아이는, 핀란드에 살고 있으며, 글쓰기와 연날리기에 천재성을 보이던 아이다. 폭설로 인해 마을이 고립되고, 연료가 없어 마을의 온기가 사라지며 암흑으로 변해 갈 때, 툴루는 연날리기로 하늘에서 별을 따서 집 앞 나무로 데려온다. 그 별의 이름은 아카바. 툴루가 태어날 때부터 그 아이를 지켜본 툴루와 짝을 이루는 별이다. 


아카바는 하늘의 별은 모두 땅 위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했다. 그리고 거기에 툴루의 엄마, 아빠도 있다 했다. 


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글에서 툴루는 위대한 별이 되어 북두칠성 별자리와 항상 함께한다.  




“저기에는 또 다른 별들도 있어. 귀머거리였던 베토벤, 장님이었던 밀톤, 너보다 훨씬 가난했던 링컨 … 하늘의 가장 빛나는 별들은 역경의 용광로에서 시련을 받았던 사람들이야.한 번도 고난을 격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일 거야. 툴루"
<아카바의 선물> 오그 만디노 (주2)






새벽 독서 모임에서 질문을 받았다. 


“내가 보고 있는, 저 멀리 있는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다른 행성에서 나를 바라보면 나도 별로 보이지 않을까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나일 수도 있잖아요. 그쪽에서 보면.”


아…

나도 별이었다. 


내가 별이면

내게서 탄생하는 그림도, 글, 로고도 모두 별인 것이다. 


그리고, 

이미!! 나에게서 탄생된 두 가지의 별 그림들이 그제야 생각이 났다. 


하나는 <북두칠성 별자리 동시집>(주3)에 들어가는 40편의 별자리 삽화. 거기에 오리온도 있었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두 번째는, 어둠을 헤매던 아들의 모습을 보며 느낌대로 그렸던 그림.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이 두 개의 그림을 그리면서도, 

나는 내가 별인지 몰랐다. 

아이만 별처럼 빛났으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매일매일 반짝반짝 빛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가끔은 에너지를 다 써서 까만 별이 된다 하더라도,

어느 날은 구름에 가려 나의 빛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떤 날은 아예, 하늘의 어둠 속으로 숨고 싶은 별이 된다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이 우주에 하나뿐인 근아 별로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스스로 나의 빛을 발화할 수 있다는 것을, 

나의 작품들이 그들의 빛을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나의 그림들이 누군가에게는 아카바의 선물이 되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하루를 빛나게 살면, 나의 별은 더 반짝일 수 있다는 것을.


나를 오늘 빛나게 한다면,

나의 하루를 빛나게 한다면, 

나의 작품을 빛나게 한다면,

나도, 나의 브랜드 더미그나도 영원한 빛을 가진, 위대한 희망의 별이 된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카바에 따르면, 너 툴루 마티스는
모든 인간을 위한 위대한 희망의 별이 될 운명이란다.








(주1) 오리온 별자리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오리온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로 뛰어난 사냥꾼이었다.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오리온과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아르테미스의 오빠인 아폴론은 이들의 사랑을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였다. 오리온을 싫어하게 된 아폴론은 어느 날 바다 멀리서 사냥을 하고 있는 오리온을 발견하고 오리온을 과녁 삼아 동생과 내기를 청한다. 오리온인 줄 모르는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답게 오리온의 머리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나중에 자신이 쏘아 죽인 것이 오리온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르테미스는 비탄에 빠졌고, 아르테미스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제우스는 오리온을 밤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었다. 

한국천문연구원 https://astro.kasi.re.kr/learning/pageView/5303


(주2) 아카바의 선물, 오그 만디노, 학일출판사, 1980

(주3) 북두칠성 동시집, 최명란 글, 정근아 그림, 동동동,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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