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브랜딩 했다. 브랜딩 과정을 공개합니다. EP. 13
저는 호주에 5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입니다. 본 글은 1인기업가로의 저의 출발이자 저의 브랜드 '더미그나(theMe Kunah)'의 창조과정을 리얼하게 공개하는 글이므로 1편부터 읽어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영감을 훅 받아, 로고가 휘리릭 완성되면,
그때부터는 '깊은 나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내 안의 나, the Me.
내 밖의 나, 더미그나
그 the Me들이 나에게 질문을 쏟아낸다.
좀 더 들여다볼래?
넌 이게 안 보이니?
저 동그라미의 다른 의미를 찾아볼래?
각도를 돌려볼래?
색깔에는 어떤 의미를 담을래?
과감한 시도를 해볼래?
전체를 감싸는 동그라미를 잘라볼래?
설거지를 하다가 컴퓨터에 앉아 디자인을 수정하고,
청소기를 돌리다가 다시 돌아오고,
이불정리를 하다가 다시 돌아오고,
빨래를 널다가 다시 돌아오고,
그렇게 수시로,
나에게 찾아오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
나는 곧바로 로고를 수정을 해본다.
완벽한 솔루션일 때도 있지만,
너무 과한 시도일 때도 있고,
억지스러운 도전일 때도 있고,
내 맘 같지 않게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다.
그래서 또 실망을 하기도 한다.
온통 내 머릿속 한가득 차지하고 있는 생각이 온종일 나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 기분이다. 내 안의 나와, 내 밖의 나와, 내가 한 몸이 된다.
어느 선가, “황금비율로 만드는 로고”에 대한 글 제목을 보고,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본 적이 있다. 하지만, '와 복잡하다. 난 못하겠다.'라는 포기같은 결론만 짓고, 그 글을 모두 읽지도 않고 창을 닫았었다.
나는
그저 나만의 감을 믿어왔다.
나만을 믿는다.
그러다 보면, 황금비율이 딱 맞아떨어진다.
그 희열감이란!!
그러니 또
나는 내 감각만을 믿을 뿐이다.
하지만,
수십 번, 수백 번의 로고 수정을 거쳐야 한다.
까탈스러운 나의 눈에 합격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0.1mm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완성이 되었다 생각돼도
나는 또다시 나에게 묻는다.
"좀 더 있지 않을까?"
영감을 받아 휘리릭 완성을 했다 했지만,
그 휘리릭 속에는 나 스스로의 검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참 피곤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래야 내 디자인에 대한 나의 만족이 이루어진다.
그럼으로서 (일단은) 완성이라는 단계가 다가온다.
며칠 전 누군가 이러셨다.
"근아는 자기 이름 걸고 하는 거면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내가 그랬나 보다.
근아는 그랬나 보다.
그나(The Me)가 그랬나 보다.
내 이름에서 시작된 브랜드,
내 이름을 걸고 세상밖으로 내보내는 디자인들.
나에서 시작되는 질문에서
내가 찾은 해답으로 끝내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까다로운 잣대를 수시로 들이댄다.
그래야 완성인 것이다.
그래야 내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내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잃는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 괴테 (주 1)
(주1)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 부북스,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