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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17. 2024

디지털 그림 vs 아날로그 그림

먼저, 용어정리부터 하고 이 글을 시작할까 한다. 


디지털 그림 - 아이패드에서 그림 그리기 앱을 이용하여 그린 그림

아날로그 그림 - 종이나 캔버스에 물감이나 미술재료를 이용해서 그린 그림. 




나의 경우엔,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패드에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몇 번 시도는 해봤는데, 그다지 나에게 다가오는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매일 글을 발행하면서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디지털 그림이었다. 


디지털 그림의 몇 가지 장점은 아날로그식 그림을 그리며 불편했던 단점부터 시작된다. 


첫째, 아날로그식, 그러니까 종이에 물감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면, 준비과정이 복잡하다. 일단 그림 그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 책상을 치워야 한다. 그리고 물감 섞을 물을 가져오고, 종이를 준비해서 세팅한다. 그리고 필요한 두께의 붓을 고른다. 이 준비과정만 20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아이패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언제든지 그림을 바로 그릴 수 있다. 


둘째, 아날로그식 그림을 그리면, 미술재료가 한정적이다. 우리 집에 있는 재료들은 수채화 물감, 아크릴물감, 색연필. 오일 파스텔, 이렇게 단순하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재료를 구입하러 가야 한다. 제대로 된 미술재료 상점이 있는 시티까지 가려면 기차 타고 1시간 반을 가야 한다. 구체적인 그림 계획이 있으면 모를까 그림재료를 미리 다양하게 구비해 놓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태드에서는 모든 미술재료를 나타내는 브러시들이 있기에, 이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그림표현을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여러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브러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나는 다양한 연필의 텍스쳐를 가진 연필 브러시를 세트로 구입해서 사용 중이다. 꽤 그럴싸하다. 


셋째, 아날로그식 그림을 그리면, 다시 그 그림을 컴퓨터화 작업을 위해 스캔을 해야 했는데, 은근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컴퓨터를 켜고, 스캐너를 연결하고, 스캔을 받아서,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내고, 그림의 음영도 밝게 조정하고,...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하나의 컴퓨터 파일로 저장을 한다. 이 과정 또한 20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아이패드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림을 완성하자마자 바로 브런치 글에 삽입해서 포스팅할 수 있었다. 



넷째, 그림을 스캔을 하면서 생겨나는 색상의 차이는 내가 가장 맘에 들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림을 그릴 때부터 물감으로 그린 그림과 디지털로 그림에서 드러나는 색상의 차이는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무한의 색이 있다. 아날로그 그림을 스캔을 하며 색상이 바뀌고, 포토샵으로 조정하며 색상이 또 바뀌고, 그리고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스크린 색상이 모두 다르기에 내 그림의 색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나마 아이패드에서 그림을 그리면 내가 그릴 때 사용한 색상과 온라인에 올라오는 색상이 동일하니 브런치를 위한 그림은 아직 디지털 그림을 선호한다. 


다섯째, 그림을 사진으로 찍을 때는 그림이 아주 미세하게라도 일그러지고, 기울어지고,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이 왜곡되어 보였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으면 스캔과정을 생략할 수 있지만, 이런 이유로 카메라 촬영은 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동화를 위한 그림도 아이패드로 그리고 있는데,

며칠 전 떠오른 이미지 하나가 떠올라서 

급하게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그림을 그려놓고 10분 후,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며, 나는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림의 생명력 !!


물의 생명력 !!



손바닥만 한 그림이었음에도 물과 물감이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그들 자체가 만들어낸 그림. 


그에 비해, 디지털 그림은 내가 의도를 가지고 효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그림이었다. 


다시 아날로그 그림을 그릴 때인가 보다. 







FYI, 

아들도 그게 느껴졌을까. 이 그림을 보자마자 하는 말이 "이 그림은 1000불에 팔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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