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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19. 2024

나도 몰랐던 나


2년 전 시드니 뉴타운에 구경을 갔을 때, 작은 디자이너 용품을 파는 곳에서 머그컵 하나를 구입했다.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머그에 연필선으로 그려진 일러스트, 그리고 잔잔한 색이 채색되어 있었다. 딱히 머그가 이뻐서, 아니면 일러스트가 맘에 들어서, 아니면 색감이 좋아서 고른 머그컵은 아니었다. 보자마자 '이건 사야겠다.' 그 마음뿐이었다. 머그컵이 가진 모든 요소들이 맘에 들었고, 그보다는 그 머그컵이 딱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그컵을 사 온 지 꽤 오래되었고, 매일 사용하고 있음에도 그 머그컵을 보면 여전히 설렌다. 처음 사 왔을 때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다. 정이 쌓였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나의 기억들이 함께 쌓여서 그러할까? 아무튼 여전히 나는 그 머그컵을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 가끔은 일러스트를 한참을 바라보다 보며 마음의 힐링이 찾기도 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날, 우리 가족은 쇼핑몰에 있었다. 새로운 서점이 눈에 띄어서 나는 그곳에 가고 싶어 했고, 아들도 따라간다 했다. 그렇게 아들과 나는 서점구경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이끌려간 곳은 아동책 코너였다. 아들이 "엄마! 또 동화책 살라고?"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뒤적뒤적거리다가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도 동화책 하나를 사기로 했다. 나의 마음을 쿵 내려놓고, 마구 흔들어대던 책을 하나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핑계를 대서라도 나는 그 책을 구입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식을 끝내고 나는 나에게 준 선물을 풀고 책을 천천히 읽고 있었다. 그러다 "꺄아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책을 들고 호들갑스럽게 가족들에게 가서 설명을 했다. "내 머그컵 있잖아. 해변가 그림 그려진 그림!! 그 그림이 이 동화책 일러스트였어!" 












나는 나를 잘 아는 걸까? 


한결같은 취향을 가진 나를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나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의심이었다.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순간적으로 배신감을 느낀 듯했다. 하지만 바로 다시 찾아온 생각은 '이런 내가 나구나'. 나의 진짜 내 모습을 찾은 듯했다. 


그 무렵부터 나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더 표현하고 싶어 했다. 글로, 그림으로. 


여전히 나의 모습을 찾고 있는 중이다.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상상의 나는, 투명이었던 바디에서 시작돼서 지금은 하나둘 채색이 되면서 사람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죽는 날까지 이 모습을 완성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꼭 완성하고 싶은 부분은 있다. 아주 또렷하게 선명한 색상으로 그려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근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런 부분이 있다. 


(그건 아직은 나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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