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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24. 2024

아크릴 그림 재료 구입

최근 우리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기초 페인팅반과 기초 드로잉반을 수강하게 되었다. 예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화를 전공한 내가 기초반에 등록한 이유는, 호주의 미술 관련 시스템을 이해하고자 함이었다.


물감을 이용한 그림을 제대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처음 겪는 문제는 미술 재료를 어떤 것을 사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점이었다. 호주에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는 모두 낯설어서 초등학생용인지, 전공자를 위한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단지 가격만 보고 이건 좋은 거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또한, 동네 근처에 작은 미술 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었음에도, 각각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시내에 나가면 큰 미술 재료 상점을 갈 수 있고, 선택의 폭이 넓어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방학 중이었기에 여러 번 외출을 시도했으나 매번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어제는 어쩔 수 없이 동네에 있는 작은 상점에 다녀왔다. 이 상점은 작지만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작은 소매점 같은 곳이었다.






미술학원에서 받은 재료 리스트를 꺼내 들고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먼저 물감이었다. 아크릴이든 유화이든 상관없었지만, 리스트에는 정해진 색상 이름과 컬러 코드가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는 12색, 18색, 24색 등의 세트 옵션이 있었겠지만, 여기는 세트 제품이 없는 듯했다. 모두 큰 사이즈의 물감 튜브만 있었다.


시내 상점에서 세트 제품을 보긴 했지만, 아주 작은 물감 튜브만 모아 놓은 것이어서 한두 번만 사용하면 몇 가지 색상은 다 쓸 것임을 알기에. 나는 그냥 동네 상점에서 큰 튜브 물감을 사기로 했다. 리스트에 적힌 이름과 튜브에 적힌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매치시키며 11색의 물감을 찾아냈다. 하나하나 이름을 보며 색을 비교하다 보니, 그동안 나는 색의 영어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용했음을 깨달았다.


두 번째는 붓이었다. 사실, 난 아크릴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수채화 혹은 유화만을 그렸기에 솔직히 아크릴용 붓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다. 재료 리스트에 적힌 아크릴용 납작붓을 찾다 보니, 내가 고를 수 있는 붓은 딱 한 브랜드의 것만 남아있었다. 사이즈별로 찾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이건 왠지 전문가용인 것 같다. 가격이 꽤 나갔다. 제일 작은 2호 붓이 17.70달러. (약 15,000원 정도) 다른 옵션이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다음은 캔버스. 재료 리스트에는 작은 캔버스라 적혀 있었는데, 도대체 작은 사이즈는 얼마나 작은 걸까. 손바닥만 한 것부터 내 키만 한 것까지 다양하게 있었는데, 나는 나만의 기준으로 A4 사이즈와 그보다 조금 작은 캔버스를 골랐다.


이렇게 하나씩 재료를 찾아가며 구매하다 보니, 호주의 미술 재료와 시스템에 대해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들이 많아 앞으로도 많은 것을 실험하며 알아가야 할듯하다. 재료를 구입했지만 내가 고른 재료들이 맞는 것인지 여전히 확신이 없다. 오늘 미술학원에 가서 선생님에게 확인을 해보면 알겠지.






재료들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꽤 그럴싸해 보인다. 학생 할인을 받았음에도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지출이 많았다. 아니, 3배 정도의 지출이었다. 한국에서 전공할 때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그렸기에, 아빠는 항상 나에게 '돈 먹는 하마'라고 했었다. 맞네 내가 그랬네. 


그림을 시작하면서, 앞으로 어떠한 과정으로 발전될지 기대된다. 그 과정의 기록의 하나로, 첫 재료 구입 과정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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