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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06. 2024

호주 여행,  날 삼켜버린 호주 거대자연

메이페이퍼 ㅣ 나는 호주에서 5살이다 ㅣ 08

이 글은 07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07: 호주 웨딩케이크가 돌이라고?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호주의 자연은 거대하다.

사실 이 사진 한 장이면 충분하다.


자연의 거대함을 마주하면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또 새삼 깨닫게 된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저 거대한 바위들 하나하나가

10층높이의 아파트만 하지 않을까?!?

그 절벽이 금이 가서 떨어졌을 때는

어떠한 굉음이 어디까지 들렸을까!?!


지구까지 미세하게 흔들렸을까?


실제로 느꼈던 저 바위들의 거대함은 말 그대로 거대했다.

어느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거대보다 거대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쓰겠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자연은 공룡이 살던 시대의 그 자연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저 풍경 속에 아르젠티노사우루스 공룡(주1)을 그려놔도 아무런 어색함이 없을 듯 하니 말이다.


절벽 아래를 엎드려 보는 신랑과 아이들을 보면서, 저 아래 공룡들이 모여 있고, 그들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인간들을 상상도 해봤다.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다는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하니, 그 공룡시대에 누군가는 저렇게 실제로, 보고 있지 않았을까?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So much bigger!!

이 동영상 속, 아들의 말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덧붙일 말도 없고, 설명할 말도 없다.


크다. 더 크다. 더더더 크다.

호주의 자연은 크다.

너무 크다.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이 세상에는 무한의 꽃이 있으며, 다만 우리가 그것들을 마주 할 일이 없어서 모를 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스케치북에 상상의 꽃을 그려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 꽃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내 눈앞에 형광의 꽃, 금박의 꽃이 있으니 말이다. 내 마음껏 네모, 세모, 별표를 그려도 그것이 거짓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행은 " 웨딩케이크 바위"를 향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곳이 나올 때까지  끝없이 걸었다. 쉼 없이 걷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새로운 절벽구역이 나올 때마다 쉬어가고, 감상하면서 느리게 걸었다. 아들은 그림도 그렸다.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3.4km를 두 시간 동안 걸어,

그렇게 마주한 "웨딩케이크 바위".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너무 작았다!

앞서 봐오던 거대한 절벽들과는 너무 다른데?

시멘트를 발라 놓은 듯도 하고.

나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살짝은 허탈, 허무하기까지 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럴까?

이미 사진을 보고 출발해서 그럴까?

감동은 덜 했다.



2015년 누군가 저 바위의 끝에서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면서, 이곳이 유명해졌다 한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울타리를 쳐서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울타리를 넘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하니, 마음이 짠하다. 언젠가 또 금이 가서 절벽아래로, 아니면 바닷속으로 사라질 저 바위를 보며 인간이 얼마나 한스러운지 부끄러웠다.




사실, 이 웨딩케이크가 이번 여행  마지막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바위가 발코니보다 먼저 있던 바위였더라면 우리는 500m 정도만 걷고 이 여행을 끝냈을지 모른다. 아마 실망도 많이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웨딩케이크 바위가 우리 눈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으니, 우리는 웨딩케이크 바위를 보기 위해, 3.4 km 구간을 왕복으로 걸을 수 있었다. 덕분에 호주의 거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었고, 다양한 지층으로 이루어진 절벽구간을 여러 번 지나쳤다. 같은 해안가에 있는 절벽인데, 똑같은 지층으로 이루어진 절벽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신기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호주의 거대자연이 결국

나를 삼켜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항상 자연자연하던

우리 집 근처의 자연은 이제

아기자기해 보이고,

자연스럽지 않아 보였다.


큰일이다.

더 이상 그곳에서 영감을 받거나,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면 어쩌나...


나는 거대자연앓이 중이다.

또 언젠가 떠날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사진 속에서, 바위 속에 숨어져 있는 용, 거대 쿠카바라, 악마를 찾았다.

그들이 진짜 나를 삼켜먹었나 보다.



Copyrights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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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이미 그곳에서 자연의 외침을 알아 들었을까?

그와 대화를 하는 듯하다.

Oh NoOOO!! Sis!!!!

Don't Touch Me!!!!!


악마처럼 보이지만,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 돌로 굳어진 불쌍한 사람이 아닐까?

Please!! Sis!!!!

Help Me!!!!! Please help me!!!






*(주1) 아르젠티노사우루스: 몸길이가 30-35m에 달하는, 현재까지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상 동물이자 가장 큰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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