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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an 13. 2024

I Love You의 진짜 의미

메이페이퍼 ㅣ 나는 호주에서 5살 ㅣ 10

아들 : I love you, mum.

  나 :  I love you more!

아들 : I love you more!!

  나 :  I love you much more!!!

아들 : How much?!!!!

  나 :  I love you more than you love me.

아들 : Ah~.


잠들기 전 아들과 사랑경쟁이 시작됐다. 누가 더 많이 좋아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 :  I love you. 

아들 : Why? 

  나 :  No reason.

아들 : What? 


아들 : I love you.

  나 :  Why? 

아들 : Family!

  나 :  Ah~.


이번엔 왜 좋아하는지를 따지고 든다. 


진짜 난 이유가 없다. 그냥 좋다. 

아들의 대답도 “가족"이니까다. 

결론은 이유가 없다는 거다. 

그냥 좋은 거다. 





사랑한다는 말. 한국에 있을 때는 그런 말을 써 본 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왠지 닭살 돋고 부끄러워서, 신랑에게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잘 표현하지 못했던 말이다. 더군다나 딸에게 하는 뽀뽀는 초등학교를 가게 되면서, 그녀가 거부하기에 자연스럽게 사라진 사랑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호주로 와서는 내가 조금씩 달라졌다. 정확히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부터다. 아침마다 학교에 데려다주면서, 다른 가족들의 인사말을 들으면서 그들의 문화가 참으로 부러웠다. 할머니와도 사랑해 & 내가 더 사랑해를 외치고, 허그하고, 뽀뽀하고. 옆에 있는 내가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었다.

 

나도 따라 했다. 근데 하루아침에 그게 되나. ㅎㅎ 닭살에 오글오글. 그래도 아닌 척. 내 입 밖으로 알러뷰를 외쳤다. 허그도 하고, 뽀뽀도 해주었다. 


그날부터 아들에게 엄마는 주책바가지 알러뷰&뽀뽀 타령 엄마가 되었다. 


유치원(호주는 초등학교가 유치원-킨디부터 시작한다) 때는 아무런 거부반응이 없던 아들이 역시나 1학년이 되면서 몰래몰래 도망치려 한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를 하나? 아니다. 


돌아서 도망가는 아들의 가방 손잡이를 붙잡아 다시 데리고 와서 알러뷰 & 뽀뽀 세트를 해주고 나는 히죽히죽 만족의 미소를 띠고, 아들은 옷으로 쓱~ 인상을 쓰며 학교로 향한다. 아들의 뒤통수에 또 한 번 소리쳐준다. 알러뷰~ 해브 어 굿데이~. 아들이 달려서 도망간다. 크크 오늘도 해냈다. 신난다. 


그렇게 호주식 아침인사 의식을 3년이나 치렀다. 


3년이 지나니, 이제 아들이 먼저 알러뷰&뽀뽀를 나에게 해준다. 스르르 녹아버리는 줄 알았다. 평생 엄마인 나만 아들 짝사랑을 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돌아오는 사랑표현은 가능하구나 싶었다. 


그날부터 우리의 아침인사도 호주식으로 진화되었다.


물론 아직도 가끔, 아니 자주 

나의 알러뷰 타령을 아들이 모른척 하기도 하지만, 

아들과 나에겐 

호주식 I love you 가 있다. 


오글거리는 알러뷰가 아닌, 

마음깊은 곳에서 나오는, 

짐심으로 사랑할 때 나오는 표현이다. 


나에게 사랑이라는 말의 의미가 바뀌었다.  


이제야 원래의 사랑 의미를 알았다. 

나는 진짜 호주에서 5살인가 보다. 

단어의 의미 하나를 

새로 배우는데 3년이나 걸렸다. 


그동안 

영어 스펠링, 단어만 배우고, 

그 속에 숨은 의미는 

한국식으로 배운 것이다. 


부끄러운 사랑해는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해.

I. love. you. 

사.랑.합.니.다. 

는 사랑한다. 



4살 아들과 엄마. Copyrigh 2024. 정근아 all right reserved.



아! 가끔은 부작용도 생긴다. 


아들이 살며시 와서 나를 꼭 안아주고 

알러뷰 맘~~ 

뽀뽀도 해준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쓰윽 내민다.


고수다.


아들은 내가 알러뷰 말에, 뽀뽀 하나에 무너지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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