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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Jul 25. 2024

호주의 미술학원, 첫날

코비드 시절에 대학원 유학을 했기에,

졸업 후에는 주로 집에서 글과 그림 작업을 하고 있기에,

현재는 도서 모임과 영어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기에,

나는 진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롤 직접 싶었고,

그들과 눈 마주치며 직접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디자인 대학원을 졸업했음에도,

호주에서 미술학원을 등록한 첫 번째 이유다.

이것이 55%는 차지한다.


그다음이,

호주의 미술 시스템을 알고 싶은 마음 30%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5%

그림과정을 끝내면 전시회를 하고 싶은 마음 5%

동화그림을 위한 테크닉을 배우고 싶은 마음 5%








10:00 -12:00 드로잉 클래스


그림자를 먼저 배웠다.

형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림이 자동적으로 완성되었다.


분명 며칠 전 카페에서 나는 햇빛과 그림자를 가지고 놀았고 그것에 대해 글까지 썼는데!!! ([호주카페에서 생긴 일] 글 참조) ,  이렇게 첫 번째 수업에서 선생님은 빛과 그림자 이야기부터 시작하다니. 그림수업을 100%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적어도 300%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렸던 경력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이해를 했고, 선생님의 설명으로 좀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새롭게 배운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론 이해는 바로 머릿속으로 저장시켰다. 하지만, 카페에서 경험한 빛과 그림자놀이와 연결된 이해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해였다. 나의 모든 지식과 경험들이 모두 연결되어 내 몸의 세포하나하나에 깊숙이 장착되는 기분이었다.  


내가 등록한 드로잉 기초 과정이 석고상 그림으로 어떻게 이어지며, 어떻게 인물화로, 정물화로, 풍경화로 이어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나는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배운 걸까. 정물화는 예중, 예고 입시를 위해 그렸고, 석고상은 대입입시를 위해 그렸다. 인물화, 풍경화는 또 다른 기법을 이용하여 배웠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해 왔다.




왜 나는 진한색을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항상 의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나는 아무리 진한 6B의 연필을 사용해도 좀 더 연한 2B로 그린 그림보다 항상 연하고 부드러운 그림이었다. 선생님들이 아무리 진하게 진하게 그려라 야단을 쳐도 나에겐 정말 넘사벽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답을 얻었다.

나는 그림자를 사용할 줄 몰랐다.




12:00 -2:00 페인팅 클래스


검은색을 먼저 배웠다.

Ultramarine Blue와

Sienna 섞어

검정과 최대 가까운 색을 만들고

흰색으로 밝기를 조절했다.


한국에서 그림을 그리며 흰색과 검은색을 써본 적이 없는 듯하다. 처음으로 무채색 그림을 그려봤다.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 1%의 흰색의 가감으로 색이 확확 바뀌니 내가 원하는 색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가 없었다. 컬러 수채화를 그릴 때는 색의 미묘한 차이까지 다 표현할 수 있으니, 나는 금방 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2시간 내내 끙끙거렸다.


10주의 기초반을 수료하고 중급반으로 올라간 다른 분들의 그림을 구경해 봤다. 컬러를 이용하여 인물화를 시작한다 했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기준을 넘어선 그들의 자신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와. 모두가 실력자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과연 내가 10주 후에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림에 집중하는 사이, 나는 미술학원에 온 이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사실, 옆사람들과 이야기할 시간적 그리고 마음적 여유도 없었다.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첫 수업이었기에 내가 상상했던 사람들과의 간단한 대화에 대한 욕구들은 내 긴장 속에 숨어 있었다.


그저, 선생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와 사물을 관찰을 할 수 있는 만 필요했다. 하지만, 선생님과 내 그림에 대해서 토론을 할 때는 나는 나의 목소리가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의 마음도, 나의 몸도 알았을까. 나의 목소리는 커져 있었고, 용기와 재미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대화는 대화이상의 소통, 연결이었나 보다. 그저 단순한 스몰토크가 아닌 깊이 있는 대화를 누군가와 하고 싶었던 듯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며, 말하지 않아도 연결되는 그 소속감이 좋았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일분일초가 흥미로웠다. 내가 4시간 동안 이야기 하지 않았어도, 그 모든 것이 미술에 대한 깊은 대화였음을 이 글을 쓰며 깨닫고 있다.


물론, 다음주 다시 만나는 그들과는 반가운 인사부터 할 수 있을것이다. 더 깊는 연결이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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