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Jul 31. 2024

동화 캐릭터 연구

일러스트 작가의 작업일지

다니엘과 동화 작업을 하면서, 

요즘 동화 속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차 창문을 열고 바람을 느끼는 소녀. 

아빠와 함께 노래를 듣는 소녀. 

초원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꿈을 꾸는 소녀. 


그녀는 어떻게 생겼을까, 

그녀가 느끼는 바람과 노래는 어떠할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쌓여갔고, 

좀 더 깊어져갔다. 


일단 혼자만의 실험으로 그녀를 그려보기로 했다. 

여러 명의 캐릭터 연구를 통해 마침내 한 소녀가 탄생했다. 




Copyright 2024. 정근아 All rights reserved.


그다음 날, 나는 그 소녀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녀가 마치 나의 감정을 모두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나도 그녀처럼 차 안에서 아빠와 함께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느끼고, 초원으로 나가 새로운 꿈을 꾸고 싶었다.


그 순간, 다니엘에게서 한 곡의 링크가 전달되었다. 그는 이 곡이 동화 속 이야기를 쓸 때 영감을 주었다며 들어보라고 권했고, 나는 바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나뭇잎의 그림자들이 내 스케치북 위를 무대를 삼아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간주가 시작되면서 흘러나오는 탭댄스 소리에, 그 소녀가 음악을 느끼며 탭댄스를 추는 듯했다. 마치 캐릭터가 생명을 얻어 살아나는 듯했다. 나는 그저 그녀의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1분 20초 동안 길게 이어진 간주 덕분에, 나는 그녀와 하나가 되어 그 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짧게 찍은 영상에 음악을 입혀 편집해 보았다.


사실, 이 동영상편집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후, 다시 재촬영을 하고 싶어서 햇살과 나뭇잎 그림자를 며칠 동안 기다려 보았지만, 그날처럼 부드러운 햇살도, 넘실거리는 바람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10초짜리 동영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소녀 캐릭터는 단순히 이야기 속의 한 인물이 아닌,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 된 듯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나만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캐릭터는 단지 동화 속 이야기의 일부가 아닌, 나의 경험과 감정을 담아낸 작품이 되었으며, 소녀를 통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 그녀의 친구가 되었다. 


이 특별한 경험을 다니엘에게 이야기하며, 그에게 새롭게 탄생한 소녀 캐릭터를 소개했다. 앞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는 동안, 이 소녀는 다니엘과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녀는 다시 나에게 와서 자신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달해 줄 것이다. 

 


이전 14화 나의 이야기를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