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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ug 02. 2024

특별한 일러스트 작업

요즘 내가 가장 몰두하고 있는 두 가지 일이 있다. 그중 하나는,


영어 튜터 겸 감정 코치였던 다니엘과 함께하는 동화책 작업이다. 처음에는 내 역할이 주로 일러스트 작업과 북 디자인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작업 범위가 확장되었고, 이제는 다니엘의 스토리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누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물론 글은 다니엘이 쓴다. 하지만, 그 글이 나에게 전달되는 그 시점부터 그 글은 우리의 글이 된다.


이는 일러스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의 그림을 완성하여 전달하면 그에 대한 피드백이 먼저 이루어진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서로 다양한 동화책을 공유하며, 그 안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발전시키며 하나의 동화책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작가와 일러스트의 협업을 넘어서, 서로의 창의적 비전을 교환하고 결합하는 과정인 듯하다. 




사실, 이 토론은 100% 영어로 이루어진다. 영어 튜터와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누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어로도 복잡하고 섬세한 주제를 영어로 논의해야 하니,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전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순한 이론적 논의가 아니라, 예술가 두 사람이 각자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는 작업은 마치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나는 단어의 선택 하나하나까지 신중하게 고민하며 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인 것이다.


가끔은 단순한 토론을 넘어 서로 의견이 달라질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대화가 논쟁 수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의견이 갈라질 때면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이로 인해 대화가 1시간, 2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있다. 영어로 이러한 복잡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나에게 큰 도전이다. 가끔은 영어 실력이 더 좋았다면 대화가 더 짧아졌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그 답은 항상 '아니다'였다. 언어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그만큼 깊고 복잡하기 때문에, 더 나은 언어 능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논의는 더 깊이 있게 이어져 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즐기고 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우리 책이 하나둘씩 의미 있게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동화책 작업은 단순히 어린이들만을 위한 스토리텔링이 아닌, 더 깊은 의미와 메시지를 담으려고 시도 중이고 실험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도와 실험을 즐기는 중이다.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과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꽤 복잡한 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내가 느끼는 어려움과 도전은 결국 더 나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답답함과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있음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현재, 다니엘과 나는 단순히 이야기를 쓰는 것을 넘어, 그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모든 과정을 얼마나 재미나게 즐길 수 있을까 그 또한 다니엘이 강조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이 작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큰 배움과 성취감, 그리고 크나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것이 진정한 보상으로 여겨진다. 이 모든 과정을 소중히 여기기에,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휴~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너무 소중하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내가 몰두하고 있는, 두 번째 일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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