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고, 이것에 대해 앞으로 일주일간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단 지난주부터 바뀌고 있는 나의 일상의 변화로, 나는 여러 가지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다. 다시 기본을 다지는 것이다. 제자리걸음이 아닌, 그렇다고 조금 나아진 단계도 아닌, 그렇다고 한 차원 달라진 세계로 가는 것도 아닌, 완전 반대의 인생으로 가서 기본을 다지려 한다.
먼저 오늘의 나의 데일리루틴을 재점검하며 나의 하루를 공개해볼까 한다.
1. 루틴
8개월 전, 독서모임을 시작하고, 연계된 코칭을 받으면서 목표를 설정했고, 그에 따른 루틴을 만들어 실행했었다. 매일매일 루틴의 실행유무를 체크하며 나의 습관이 되도록 연습을 했고, 그 후에는 자연스러운 나의 일상으로 모든 루틴을 해오고 있었다. 여기에는 책 읽기, 글쓰기, 등등의 기본 생활이 포함되어 있었고, 점점 나아가서는 나의 일과 관련된 '하루에 아트작업 하나' 이런 식의 디테일함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5월 14일 이후, 나는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을 한 듯하다. 그때부터 루틴체크는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100일쯤이 지난 지금, 나는 자유롭게 날아다는 데에도 습관이 들었고, 일상이 된듯한 기분까지 든다. 그러니 이제는 새로운 루틴을 나에게 적용시키고자 한다.
이번에는 좀 더 강도 있는, 좀 단호하지만, 내향적인 나를 외향적인 나로 바꾸기 위한 루틴이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의심을 하며 평생 시도하지 않은 일인데, 이제는 가능하다가는 것을 믿는다. 지금까지 내가 실천하고 변화한 모습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시작하는 것이다. 두려움도 없다. 신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얼마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까 기대가 된다.
2. 일러스트 작업
참 신기하게도 어젯밤 11시 59분, 다니엘의 마지막 동화가 전달되었다. 다니엘을 한마디. "OK, the book is all yours now." 그 말은 이제 모든 글이 나에게 넘어왔고, 이제부터 모든 작업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의미였다.
이제 내가 본격적으로 일러스트 작업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러스트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 3개월 동안 동화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를 성장시켰고,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다니엘도 3달 전에는 보지 못했던 더 깊은 의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라는 출발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책의 포맷부터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오늘부터 나는 일러스트 작업을 다시 시작한다. 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임을 알기에 더 큰 기대가 된다.
3. 북디자인
약 10일 전쯤, 나에게 '엄마의 유산' 최종 원고가 전달되었다. 이 순간은 내게 많은 의미가 있었다. 7년 전, 처음으로 북디자인을 접했을 때 느꼈던 설렘과 호기심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나는 북디자인의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 경험을 계기로 호주 대학원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 몰두하게 되었다.
호주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을 넘어, 디자인에 대한 나의 철학과 접근 방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북디자인에 뛰어드는 이 순간, 나는 7년 전과는 다른 시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엄마의 유산'이라는 프로젝트는 단순한 작업을 넘어, 내가 다시 북디자인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로 다가온다. '엄마의 유산' 최종 원고를 받으면서, 나는 이 작업이 단순한 북디자인을 넘어 나와 독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가 될 것임을 알기에,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금 디자인의 깊이와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탐구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4. 브런치북
다시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여러 가지 브런치북의 마무리와 시작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시작될 브런치북이 두세 개 정도 생길 예정이지만, 이번에는 좀 더 과격한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실험을 이번 주에 해보려 한다.
"다시 시작"이라는 주제로 일주일 동안 다양한 브런치북의 테마에 따라 글을 써볼 계획이다. 이는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내 삶이 "다시 시작"이라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모든 글이 그 주제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다.
나는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 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이번 주 동안의 글쓰기가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글을 써보는 것은 나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글쓰기 스타일을 탐색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시도해 본다.
5. 일상 - 영어
호주로 이주하기로 결정한 후, 나는 하루에 적어도 4시간 이상 영어 공부에 매진했고, 6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카데믹 라이팅까지 익히게 되었고, 다시 영어의 기초로 돌아가 발음 공부도 했다. 이는 영어가 더 편한 아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함이었고, 나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바탕 위에서 다시 대화문을 연습하며 일상의 대화를 배우고 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특히 일기를 쓸 때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일이 영어로 나의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한글보다 영어가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글로 글을 쓸 때는 단어를 억지로 찾아 사용하고, 수사적 표현을 고민하며 글을 천천히 써나가는 반면, 영어로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쉽게 표현된다. 매일 생각했던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것이 영어인 것이다.
이렇게 꾸준하게 영어의 단계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새롭게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나의 목소리에 힘을 담아, 전달하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필요한 아카데믹한 단어뿐만 아니라 라이팅까지 어느 정도 끝낸 이 시점에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일상의 대화를 다시 점검하고자 한다. 나에게 부족했던 대화스킬이나 논리성이나, 내가 말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잘못된 습관들까지. 레벨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에게 새롭게 장착된 발음, 악센트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이것들을 하려 한다.
신성한 자의 행동을 평가하지 말라.
배와 배는 똑같이 적는다고 같은 단어가 아니다.
두 벌이 같은 곳에서 같은 먹이를 먹어도 이 벌은 침을 만들고, 저 벌은 꿀을 만든다.
두 사슴이 같은 풀과 물을 먹어도 이 사슴은 배설물을, 저 사슴은 순수한 사향을 만든다.
두 갈대가 같은 물을 먹어도 이 갈대는 텅 비어있고, 저 갈대는 설탕으로 가득 찬다.
둘 사이에 만 가지의 유사점이 있어도 그 차이는 한평생 인생만큼 크다.
이것이 먹으면 오물이 되고 저것이 먹으면 신의 은혜가 된다.
이것이 먹으면 질투를 낳고 저것이 먹으면 신의 지혜를 낳는다
이 땅은 비옥하고, 저 땅은 황폐하다.
이 사람은 무결한 천사이고 저 사람은 들짐승과 악마이다.
영혼의 미각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 둘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 루미시집 (주)
(주)루미 시집,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 시공사, 201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