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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ug 14. 2024

노래 그리고 일러스트


지난번 편에서 이어집니다. 



요 근래에 흥미로운 일러스트작업이 있는 책 두 권을 발견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책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와 관련된 나의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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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itterman 소금차운전사, 저자 올란도 윅 Olrando Weeks


먼저 올란도 윅에 소개를 하자면, 

영국 브라이턴 대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14년 동안 영국의 인디 록 밴드 매커비스(The Maccabees)의 리드 보컬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했다. 2016년에 밴드 해체를 발표하고 고별 공연을 준비하면서 <소금차 운전사>를 쓰기 시작했고, 함께 들을 수 있는 피아노곡과 노래를 작곡해 사운드트랙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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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nZhlYHf4_4H-z0bmXlbh81kdUEDcHV9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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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윅의 <소금차 운전사>를 알게 된 건, 우연히 접한 일러스트 덕분이었다. 한국의 어느 독립서점에서 원화 전시회가 열린다는 광고성 포스팅을 보게 되었고,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시점이 아마 2019년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책을 따로 찾아보거나 읽어볼 생각은 없었다. 그저 사진첩에 캡처해 둔 그림을 가끔 감상하며, 그 속의 글을 통해 위안을 삼고 있었다. 당시 나는 호주 생활을 막 시작한 무렵이었다.




그림 1. 사진출처 : 네이버





하지만 보름 전, 핸드폰 사진첩을 둘러보다가 그의 일러스트가 나의 스크롤을 멈추게 했다. 이번에는 옆에 적혀있던 그의 문구 때문이었다.


"사실,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나들이옷을 입으면 비가 오고,
비옷을 입으면 해가 나는 법.
날씨처럼 새삼스러울 것 하나 없는 일이다."


그날은 마치 그가 말하는 딱 그런 날이었다. 자연스레 소금차 운전사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올란도 윅이라는 작가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서칭을 하던 중 꽤 흥미로운 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자신의 프로젝트와 그에 대한 생각들을 직접 이야기하고 있었다.


Orlando Weeks On The Creation Of The Gritterman



그리고 이 동화책의 시작이 되었던 노래의 영상을 보면서, 나는 그 사람, 그의 그림, 그의 노래, 그리고 그의 작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Seasonal Hero




그리고, 그의 책을 구입했다. 




코팅되지 않은 두꺼운 도화지 같은 커버, A4보다 약간 두꺼운 듯한 내지 종이, 그리고 그 안에 가득 채워진 일러스트들. 짧은 동화책인 줄 알았는데, 어른들을 위한 약 70페이지의 긴 이야기였고, 그 내용은 꽤 진지하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바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가 왜 그런 책스럽지 않은 종이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쩜 이리 한결같을까.


그의 모습,  

그의 목소리,  

그의 책,  

그의 그림,  

그의 노래,  

그의 사상,  

그의 프로젝트,  

그의 이야기.


무엇 하나 동떨어짐 없이, 모두가 딱 그를 말하고 있고, 그를 보여주고 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도 이러하길 바란다.  

내가 원하는 나의 작업도 이러하길 바란다.


애쓰며 꾸미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글, 그림, 디자인, 생각, 그리고 나.  

나의 모든 작업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애쓰지 않아도, 그냥 나를 보여주는 사람.  

그래서 오늘도 나를 들여다본다.






어제 읽은 소로의 <월든> 결말도 이러했다. 


" 나는 본래의 내 자리로 오게 되어 기쁘다. (중략) 우주의 건축가와 나란히 걷고 싶다. (중략) 이 세기가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 채 가만히 서거나 앉아서 조용히 깊은 생각에 잠기도 싶다. (중략) 나는 저울질하고, 결정을 내리고, 나를 가장 강하고 올바르게 끌어당기는 쪽으로 나아가고 싶다. 저울대에 매달려서 무게가 덜 나가도록 애쓰지는 않겠다. 어떤 경우를 가정하지 않고 꾸미지도 않은 채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길, 일단 걸음을 내디디면 어떤 힘도 나를 가로막지 못하는 길을 당당하게 가고 싶다. 기초를 튼튼히 쌓기 전에 아치부터 세우는 일은 내게 아무런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단단한 바닥은 어디에나 있다. (중략) 다만 그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 유익한 일이 일어난다. 


못을 깊이 박고 끝을 꼼꼼하게 구부려 두면 밤에 깨어나 자기 작품을 만족스럽게 돌아볼 수 있다. 그러면 뮤즈를 불러내기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일 것이다. 못 하나하나가 우주라는 기계를 단단히 고정하는 대갈못이 되어야 하고, 그 작업을 하는 것이 바로 당신이어야 한다. " (주)






(주)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믿음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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