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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Aug 16. 2024

 <다시 시작>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이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퍼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처음 퍼즐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세상을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도구였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 중이다. 


그 퍼즐은 큰 4조각으로 된 사과그림이었다. 노란 바탕 위에 그려진 빨간 사과, 그리고 초록색의 이파리. 그 그림은 너무나도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었다. 이 퍼즐을 통해 아이들은 세상의 첫 색을 배웠고, 처음으로 모양을 인식했다. 그들은 아직 어렸지만, 그 단순한 그림 속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 퍼즐에 담긴 의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색상을 알아가기 위한 것이며, 

두 번째, 모양을 알아가기 위한 것이며,

세 번째, 사물을 알아가기 위한 것이며,

네 번째, 단어를 알아가기 위한 것이며, 

다섯 번째, 소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것이며,

여섯 번째,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일곱 번째, 집중력과 인내심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여덟 번째, 공간지각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며, 

아홉 번째, 자신감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며,

열 번째, 다른 사람과의 협동심을 협력과 의사소통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___

지난주 수요일부터 이번 주 화요일까지 일주일 동안 <다시 시작>이란 주제로 다양한 나의 삶과 생각들을 정리했었다. 그 시간 동안, 퍼즐을 처음 접한 아이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퍼즐 한 조각 한 조각을 맞추며 얻었던 작은 성취들이 지금의 그들, 그리고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나를 들여다봤을 때는, 나의 이름, 나의 모습, 나의 성격, 나의 역할처럼 큰 영역으로만 나를 나눌 수 있었다. 마치 커다란 조각으로 이루어진 4조각의 퍼즐을 맞추는 과정 같았다. 사실 나에게는 그 4조각도 각각이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라, 각 조각을 맞추며 나는 먼저 나 자신을 이해하려고 애써야 했다. 


이 과정이 끝난 후, 나는 마치 16조각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조금 더 세부적인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다. 때로는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기 위해 몇 날 며칠을 보내기도 했고, 그 한 조각이 나를 완성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기도 했다.


그렇게 16조각을 모두 맞추었을 때, 갑자기 256조각의 퍼즐이 나에게 던져진 느낌이었다.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깊은 집중이 필요했다. 아무런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하늘색의 조각들을 맞추며 하늘을 만들어내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끈기와 인내를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하나를 찾으면 2-3개의 조각들이 자석처럼 자동으로 맞춰지기도 했다. 마치 퍼즐을 맞추며 세상과 나의 관계를 더욱 명확히 깨달아가는 것 같았다. 가끔은 나는 왼쪽 아래의 조각들을 맞추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를 도와주는 이가 나타나 오른쪽 위를 맞춰주기도 했다. 이런 순간들은 나 혼자만의 여정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철학책을 읽으면 10개의 조각들이 서로 연결고리가 생기면서 순식간에 맞춰지기도 했다. 책 속의 문장문장 하나가 소중해지는 순간이었다. 




___

현재, 나는 마치 10,000개 조각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시작>이라는 주제 속에서 여러 글들을 쓰며, 나는 나의 주변을 정리하고,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이 도전을 준비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 거대한 퍼즐은 나의 삶 속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면서 나는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욱 완성된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내가 그동안 조각 하나하나를 맞출 때마다, 또 하나의 새로운 퍼즐을 위한 조각들이 동시에 만들어진다는 것도 느껴진다. 이것은 나의 인생을 보여주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그러니,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거듭하며 나만을 위한 새로운 조각을 만들어 가려한다. 


그리고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사과 그림의 퍼즐처럼 

나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총명한 자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강한 자이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부유한 사람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은 지기(志氣)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언행이 도에 어긋나지 않은 사람은 능히 장구하게 산다.
비록 몸은 죽었지만 그 정신은 죽지 않은 자야말로 진정으로 장수하는 사람이다. 

<도덕경>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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