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결과를 얻기도 한다.
큐브 안을 채우다 05
이상하다.
신기하다.
한동안 나만을 들여다보며 나의 삶을 깊이 탐구해 왔을 뿐인데, 그 여정의 한 단계를 지나고 나니, 내가 마주한 삶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졌고, 이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크고, 더 넓고, 더 깊은 세계가 펼쳐져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지금 나의 삶의 중심에 서 있다는 확신이 든다. 마치 구의 한가운데 서서 360도로 펼쳐진 세상을 온전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나의 중심에서 다시 바라본 인간관계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사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이었다. 예전에는 누군가가 나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는 느낌에 휩싸여, 나는 내 자리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comfort zone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방어적인 자세로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 나와 연결된 모든 인연들에 대한 생각이 부드러워지고, 내가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가까이는 나의 가족들, 그리고 멀리는 새롭게 맺는 인연들까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말했듯이, 우리는 다른 사람을 얼마나 인정하는가에 따라 그들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워지는지가 결정된다고 했다. 결국, 자신이 가진 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나를 깊이 탐구하면서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함께 달라진 것이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볼 수 있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고 볼 수 있는 마음의 크기가 함께 커져가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얻은 뜻밖의 결과는,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깊어지니 그들과의 대화가 즐거워졌고, 자연스럽게 나의 소통 능력도 조금씩 향상된 것이었다.
이처럼,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니, 최근 나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새로운 인연들이 더 많은 듯하다. 예를 들어, 내가 아트 클래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나의 관심을 끌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수업을 보조해 주는 튜터, 조셉이었다. 아마도 그 끌림은 그가 나의 첫 원어민 튜터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고, 목소리 또한 비슷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작은 관심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성품과 티칭 방식에 대한 더 깊은 관심으로 이어졌고, 나는 그가 아들의 예술성을 잘 이끌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그가 진행하는 아트 수업을 추천했다. 이는 단순히 아들에게 미술 수업을 시켜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아들에게 조셉을, 그리고 조셉에게 나의 아들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직감으로는 왠지 그가 아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수업을 신청하면서 조셉에 대한 튜터 소개 글을 읽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고, 아들 또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아들은 이미 혼자서 많은 곡을 만들고 있었지만, 호주에서 그의 재능(천재성이라 부르고 싶다)을 어떻게 서포트해야 할지 막막했던 나에게, 이 인연이 끌림으로 시작되어 필연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내가 조셉의 본모습을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이 과정에서 얻은 또 다른 깨달음은, 요즘 내가 선택의 순간마다 망설임 없이 직감을 믿고 따른다는 것이다. 직감을 따랐을 때,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결과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이처럼, 내가 나의 삶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은,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깊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나는 내 삶의 방향성과 목표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나의 시선을 더욱 명확하게 해 주었고,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눈도 한층 더 예리해졌다. 그들의 매력과 가능성을 더 잘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나의 선택에서도 중심을 이루게 된다. 내가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있으니, 삶의 중요한 결정에서도 보다 확고하고 안정감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나의 삶의 중심이 더욱 든든해지며, 내가 나아가는 길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더하게 된다. 결국,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함으로써, 내 삶의 중심이 더욱 견고해지고, 나의 여정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오늘도 나의 큐브 안을 나와 나를 둘러싼 이들과의 인연으로 또 채워나간다.
나는 다른 사람에 관한 일은 나의 일과는 다른 점이 있음을 쉽게 이해한다. (중략) 인생에는 수없이 색다른 형식이 있음을 생각하며 이해한다. 그리고 일반과는 반대로 우리들 사이의 유사한 점보다도 상이한 점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 (중략) 그리고 나는 그들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더 그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찬양한다. - 몽테뉴
10살 아들이 마인크래프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음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