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근아 Nov 25. 2024

삶의 정답은 내 여정 속에 있다

지난 글에서 나는 <내 삶의 오답노트>를 통해 잘못된 행동 패턴을 되짚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실수와 놓친 순간들을 하나씩 돌아보는 일이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나를 다시 기초로 돌아가게 했고, 그렇게 단단한 기반을 세워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진정한 자유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오답노트를 쓰는 데 기준이 되는 정답은 대체 무엇일까?" 과거의 실수를 되짚고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건 좋은데, 내가 돌아보고 있는 기준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이런 의문이 마음에 스며들면서 나는 나만의 정답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답이라는 단어는 늘 어딘가 단단하고 확실하게 느껴진다. 정답이라는 개념이 외부에서 주어진 객관적인 규칙이나 사회적 기준으로 여겨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시험에서의 정답처럼 명확히 정의된 해답이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에서의 정답은 그런 단순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며, 내면의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 나를 움직이는 가치,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서 정답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답이란 고정된 어떤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나 자신과 함께 유동적인 형태를 가진다는 점이었다.


삶에서 정답을 찾는 과정은 일종의 대화와도 같다. 나 자신과의 대화, 그리고 세상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여기서 대화는 단순한 질문과 답변의 연속이 아니다. 그것은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살아가며 느끼는 여러 가지 불편한 감정들과 마주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오답을 직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서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오답은 내가 놓치고 있던 진실을 들여다보게 하고, 스스로를 더 정직하게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정답은 이런 대화 속에서, 마치 모호한 안개가 거치며 모습을 드러내듯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냈다.


정답을 찾는 이 과정은 마치 오래된 물건 속에서 잊고 있던 물건을 꺼내 다시 살펴보는 것과도 같았다. 그 물건이 언제 어디에서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는지 떠올리며, 내가 그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쩌면 지금의 내가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도 되는 것은 무엇인지 조금씩 분명해진다. 그렇게 나는 나의 정답을 재발견하고, 때로는 새로 써 내려가는 중이다. 


물론 그 정답이라는 것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고정된 형태일 리 없다. 오늘 내가 믿는 답이 내일의 나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내가 걸어가는 길이 새로운 상황에 따라 방향을 틀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삶의 아름다움이자 즐거움이 않을까 싶다. 정답을 찾는 일은 멈추지 않는 대화와 같은 것이고, 그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유로워진다. 완벽하게 맞춘 정답이 주는 안도감보다, 오답과 정답 사이에서 내리는 내 선택이 주는 책임감과 설렘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정답은 내가 선택한 하나의 기준점이다. 그 기준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나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 줄 작은 길잡이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준점이 내 내면의 진실과 얼마나 일치하느냐,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다. 삶의 정답은 결코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길어 올린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내 삶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길이며,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생각, 나 자신의 경험이면서도 쉽사리 사라지고, 파악하지 어려운 부분을 붙잡아 예전보다 더 좋게 다듬어 나에게 돌려줄 때,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고 느낀다.

- 알랭 드 보통 (주)



(주)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 2012, 문학동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