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글, <주입과 주도, 두 세계의 경계에서>에서 이어집니다.]
[나의 삶에 나를 담다]라는 브런치북은 내 생각 기록 이상의 의미를 넘어서, 나의 삶을 재구성하고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하나의 여정을 담고 있다. 여기에 쓰이는 글들은 내가 괴테의 글을 읽으며 품었던 깊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괴테는 나에게 '나 스스로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과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었다. 이러한 질문은 나에게 단편적인 문학적 사유에 머물지 않고 나의 삶 전체를 관통하며 깊은 영향을 미쳤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이 질문들을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내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접한 영상이 내 생각의 흐름을 내가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주제는 수학 영재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나에게 가벼운 흥미가 아닌, 묵직하면서도 묘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며칠 동안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것이 잠깐 나를 스쳐 지나가는 호기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 속 영재의 독창적인 사고방식, 그리고 문제를 대하는 접근법은 내가 며칠간 품어왔던 수많은 생각들과 절묘하게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마치 내가 맞추고 있던 퍼즐에 누군가가 다가와 내가 놓치고 있던 조각들을 하나둘 건네주는 듯했다. 오랜 시간 고민하며 힘겹게 맞춰오던 퍼즐에 예상치 못한 도움을 받는 기분이었다. 영상 속 수학영재의 이야기가 내 생각의 혼란을 정리해 주는 동시에, 내가 품고 있던 질문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었다. 나는 이 과정들을 좀 더 깊이 있게 경험하며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하기로 했다. 내 마음의 변화와 생각의 흐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또 하나의 내적 끌림을 느꼈다. 그것은 영상이 기본적으로 전해주는 정보나 내용뿐만 아니라, 내 안에서 반응하며 계속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본능적인 움직임 때문이었다. 이러한 끌어당김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관찰하고, 탐구해야 했다. 끌림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나를 과거로, 그리고 나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마음속에 결론으로 자리 잡은 깨달음은 '기초로 돌아가자'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였다.
나는 이미 아트 클래스에서 기초반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었고,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당시, 이미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기초를 호주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배우며 좀 더 깊이 있는 이해력과 이전보다 더 세심한 관찰력을 얻게 되었다. 익숙한 기초가 어떻게 다른 맥락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 탐구하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들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다시 기초로 돌아가 더 깊이 배우는 과정은 처음에는 지루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 주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그 경험을 떠올리며, 내 삶의 여러 부분에서 기초로 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나를 내 과거로 이끌었다. 바쁘게 지나온 날들 속에서 제대로 다지지 못한 것들, 이해하지 못한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갔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마치 공부를 하며 성적을 올리기 위해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것처럼, 나는 나의 실수와 놓친 부분을 분석하고 되짚어보기로 했다. 오답노트를 쓰는 것은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의 유형을 파악하고, 왜 오류를 범했는지 깊이 분석하며, 이를 통해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마찬가지로, 내 삶에서도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한 기반을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말해, 틀린 문제를 다시 살펴보고, 반복해서 실수했던 이유를 탐구하는 일은 내가 지나온 삶의 방향을 바로잡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과 함께 기초로 돌아가는 것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드는 일이었다. 단단한 기반 위에서 비로소 나는 새로운 세상에 도전할 용기를 얻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의 삶 속에서 또 어떤 오답들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오답들은 내가 어떤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줄까? 오답을 바로잡는 일은 끝없는 여정이지만, 그것이야말로 나를 진정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이며, 내가 원하는 삶으로 데려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믿는다. 나의 삶에 오답노트를 써 내려가며, 나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자유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 자유는 더 이상 정답을 맞히는 데 급급한 삶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질문하고, 실패를 받아들이며, 배움을 멈추지 않는 삶이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정해진 틀에 맞추어 살기보다는, 그 틀을 넘어서는 여유와 자유를 찾게 된다. 어쩌면 이 내 삶의 오답노트는 끝없이 작성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여정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큰 자유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길임을 믿는다. 진정한 자유란, 오답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해 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