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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아 Nov 19. 2024

주입과 주도, 두 세계의 경계에서

호주에 와서 알게 된 수학의 필요성

[어제의 글 나만의, 나다운 삶 에서 이어집니다.] 


내 삶을 돌아보면, 두 개의 뚜렷한 세계가 존재한다.


하나는 한국에서의 주입식 교육, 

다른 하나는 호주에서의 자기 주도적 배움이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게 된 계기는 며칠 전 우연히 본 영상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그 영상 속에는 수학 영재로 불리는 한 아이가 등장했는데, 그는 단 한 가지 수학 문제를 풀며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공식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제를 푸는 그의 방식은 마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사고의 연결이 이어지는 듯 보였다. 그의 풀이가 끝나자 선생님은 좀 더 높은 배움의 단계를 제안했다. 하나의 문제를 서로 다른 방법으로 번갈아 풀어보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풀이 방식을 분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여 문제를 다시 해결하라는 과제였다.  


그 장면은 한 가지 문제를 푸는 기술을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았다. 그것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문제 해결이란 그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하며,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사고를 확장해 가는 행위라는 것을  나에게 다시 알려주는 듯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만을 추구하지 않는 태도였다. 오히려 결과를 도출하기까지의 여정, 즉 원인을 깊이 탐구하고 그 속에 숨겨진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문제를 푸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학습이고, 그 학습을 통해 얻는 지식이 책 속의 공식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경험으로 승화되는 것이었다.


그 영상을 보며 문득 나의 어릴 적 수학 공부 방식이 떠올랐다. 수학을 가장 좋아했지만, 이상하게도 늘 좋은 성적을 받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왜 그랬을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당시 나의 학교에서는 학생 대부분이 선행 학습을 해온 상태였고, 정규 수업은 그러한 선행된 상태의 배경 지식을 기본으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들을 자신만의 교재에 담았고, 그것을 시험문제로 활용하셨다. 나는 선행 학습을 그들만큼 충분히 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저 그 문제를 풀기 위해 풀이 과정을 이해하거나 익히기보다는 풀이과정을 암기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리고 암기한 풀이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해 비슷한 문제에서 정답을 맞히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란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수학을 좋아했지만, 정작 깊이 고민하지 않고 답을 찾아가는 로봇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러나 호주에서의 경험은 달랐다. 두 주 전, 수능을 마친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수학을 배워왔는지 알게 되었다. 딸아이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물리 시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심지어 영어 에세이를 쓸 때도 항상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문제에 적용해서 나만의 답을 써야 해."  


그녀는 배운 지식을 그녀의 머릿속에만 저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현실 속 문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물리 공식이든 에세이 주제든, 그녀는 자신의 이해를 바탕으로 삶과 연결시키는 데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이 곧 그녀의 일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과정은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만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성장의 한 과정으로 보였다.


딸아이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그녀가 경험한 학습의 원리가 얼마나 본질적인지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그녀는 공식과 규칙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기반으로, 삶의 어떤 문제 앞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그것을 풀어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녀가 배운 것들은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삶의 어떤 난관이라도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였다.  




ㅡㅡ

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내 삶은 두 세계로 나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주입식 교육 속에서 수동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며 살았다. 주어진 답을 찾기에 급급했던 그 시절, 생각은 차단된 채 내 삶에서 배움의 즐거움과 연결성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반면, 호주에서의 삶은 나를 주도적인 배움의 세계로 안내했다. 딸아이처럼 배운 것을 내 삶의 일부로 녹여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배움이란 정답을 맞히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문제를 이해하고, 내게 주어진 도구를 활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한국에서의 과거와 호주에서의 현재,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하며 나는 깨달았다. 배움의 방식은 곧 삶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두 세계는 이제 하나로 연결되었다. 나는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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