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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 4일차. 아 집에 가고 싶다.

by 근아

지난 수요일 저녁, 한국에 도착해서 4일 차. 아직 7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마음 한구석에서 떠오르는 생각은 분명했다. 나는 이제 한국에서 외국인이다. 익숙해야 할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오고, 친숙한 공간조차도 나를 시험하는 무대로 변해버렸다.


첫날, 공항에서 한국용 핸드폰 전원을 켜면서 첫 문제를 마주했다. 핸드폰을 껐다 켜기를 반복해도 화면에는 무심하게 'No Service'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분명히 당일 아침까지 호주에서 본인인증하며 사용한 핸드폰이었기에 … 간단한 문제라 여겼던 이 상황은 예상 밖으로 복잡했다. 결국 긴급 전화를 걸어 고객센터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유심을 교체한 기록이 있어 도난 방지 차원에서 사용이 금지된 상태입니다.”라는 답변을 들으며, 그 순간 떠오른 건 불편함 이상의 감정이었다. 나는 유심을 빼본 적도 없고, 호주에서도 계속 한국 번호를 유지하며 사용했는데도, 왜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불편함을 겪어야 할까?


카드 문제도 있었다. 호주에서는 애플페이 하나로 모든 것이 가능했다. 핸드폰만 들고나가도 결제와 이동이 모두 해결되는 생활 속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한 편리함에 길들여진 나는 게을러져 있었다. 카드 실물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은 나에게 살짝은 불편한 일이었다. 또한, 내 한국 카드들은 이미 대부분이 휴면 계좌로 분류되어 정지 상태였고, 몇몇은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 남은 카드는 단 하나뿐이었다. 다행히 그 하나를 챙겨 왔기에 서울에서의 첫날부터 현금을 들고 다니거나 은행을 찾아다니는 불편함을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분명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과연 한국의 기술 발전 속에서 편리함을 얻고 있는가?’


오늘 새벽에는 또 다른 난관이 찾아왔다. 숙소 근처에서 글을 쓰기 위해 스터디카페를 찾았지만, 카드를 챙기지 않아 결제가 불가능했다. 카카오페이를 시도했지만, 해외에서 해결하지 못한 설정 문제로 결제가 되지 않았다. 해외카드 결제도 거부되었다. 결국 호텔로 돌아가 카드를 다시 가져와야 했다. 이 단순한 과정 속에서도 나는 한 시간이라는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며,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나의 낯설음이 한국 시스템과의 충돌 속에서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외국인들이 이와 비슷한 문제를 겪을 때 느낄 막막함이었다. 그들은 아마도 구글로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보는 대부분 네이버에 한글로만 적혀 있다. 언어와 시스템이라는 장벽은 그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좌절을 안겨줄 것만 같았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예상치 못했던 도전의 연속이라면, 그 속에서도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초고속으로 발전된 기술과 변해버린 규칙 속에서 길을 찾고 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예상했던 것보다 복잡하고, 익숙함이 주던 편안함을 새삼 그리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조금씩 길을 찾아가는 자신을 보며,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서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법을 또다시 배우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2025년 1월 11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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