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알려주지 않는다.
5학년 아들이 유일하게 다니는 수업은
토요일에 하는 미술과 농구, 두 가지뿐이다.
미술은 지난 학기부터 이어왔고,
농구는 이번 학기에 새로 시작했다.
집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아들이지만, 바깥에서 하는 활동 중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 농구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다. 토요일마다 한 시간씩, 10~13세 대상의 초급반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농구 수업 첫날, 공을 튕기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 수업과 달리,
이번에는 코치의 ‘숫자 세기’로 시작됐다.
그건 중앙으로 모이라는 신호였다.
모여든 아이들에게 코치는 갑자기 푸시업을 시켰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아이들은 신나게 푸시업을 했다.
낑낑거리며 팔을 부들부들 떨며 푸시업 10개를 해내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아들은 친구들과 친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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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수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두 팀으로 나뉘었다.
지난 학기부터 시작한 초보들,
이번학기부터 시작한 왕초보들.
당연히 아들은 왕초보팀.
수업이 시작되면서, 나는 가져간 노트북으로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의 수업이 왠지 묘하게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노트북을 닫고 오늘은 수업의 과정을 유심히 관찰해 보기로 했다.
첫날은 연습상대를 코치들이 정해줬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의 파트너를 각자 알아서 찾아 정해야 한다.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 '나랑 할래?' 그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것에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들이기에, 그가 어떻게 행동할까 궁금해졌다. 역시나 망설이며 주저하다가 끝내 파트너를 찾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유일한 여자아이와 자동으로 한 팀이 되었다. 순간 울상이 되더니, 더 당황한 듯 뒷걸음을 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나는 속으로 ‘좋은 경험이 되겠네.’ 싶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쌤통이다" 싶었다. 여자아이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런 상황을 겪어봐야 다음엔 자신이 원하는 친구를 먼저 찾아 나설 테니 말이다. 오늘 수업이 이대로 끝난다 해도, 아들은 이미 중요한 걸 하나 배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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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팀과 왕초보팀의 연습 시간이 끝나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은 물을 마시러 부모들에게로 갔다. 잠시 후, 코치는 다시 '숫자세기' 시작하며 수업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중앙에 모였다. 코치는 다시 푸시업을 시켰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중앙으로 느릿느릿 걸어오는 아이에게 나머지 아이들이 재촉하며 빨리 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그 아이는 여전히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천천히 다가갔다. 결국, 코치는 중앙에 모인 아이들에게 윗몸일으키기도 추가로 시켰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약속, 시간을 지킨다는 것, 그리고 협력, 배려, 인내, 책임감 등등의 중요성을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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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수업이 시작되었다. 농구대 옆에 의자 두 개를 가져다 놓고 놀이를 시작했다.
골대에 공을 3개 넣으면 반대편 골대로 가서 경기를 할 수 있다. 공 넣기에 실패를 하면 의자에 가서 앉아 기다려야 한다. 실패하는 아이들이 2명 이상 생기면, 첫 번째 앉아있던 아이는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다시 갖게 된다.
이 과정을 보면서, 왠지 농구시합 때 보는 선수교체의 경험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내가 농구시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1진, 2진, 그리고 기회를 못 얻어서 경기 내내 벤치에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 자신이 골을 잘 넣으면 실제 경기에서 뛸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까지. 아이들을 놀이를 하며 배우고 있었다.
이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농구 시합에서의 역할 분담과 기회가 어떻게 주어지는지를 자연스럽게 체험했다. 실력에 따라 경기에 참여할 기회가 달라지고, 실패했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몸소 배운 셈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경쟁의 의미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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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끝나기 전에 이뤄지는 10분 동안의 농구시합이다.
이번 경기는 초보팀과 왕초보팀이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하게 된 상황이었다. 능력에 따라 아이들을 구별 짓지 않고, 코치는 즉흥적으로 그날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온 아이들 5명을 한 팀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아이들은 다른 팀을 이루게 되었다. 사람 수로는 5대 9, 불균형적인 구성이었다.
파란 팀에 속한 아들은 처음부터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도전 의식이 생겨났을 것이다. 또한, 이미 한 학기 먼저 시작한 아이들과 섞여 있었기에, 아들은 바로 자기 역할을 찾고 팀에 적응해야 했을 것이다.
농구수업 두 번째 시간, 아무런 스킬 없이 뛰기 시작하는 경기 속에서, 아이들의 성향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팀을 이끌고 지시하는 아이, 골을 잘 넣는 아이, 달리기가 빠른 아이, 느리지만 끝까지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 등, 아이들 각자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이러한 다양한 성향을 통해 아이들의 능력과 특성이 명확히 드러났고, 이를 통해 코치들은 아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했을 것이다. 한 학기 동안 이러한 특성들을 잘 분석하여, 각 아이들이 자신의 강점을 더욱 살리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지 싶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 농구 수업에는 기존의 규칙이나 전통적인 훈련 방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두 번째 수업을 통해 농구 시합에서 필요한 모든 기본적인 상황을 익힌 느낌을 받았다.
농구공을 어떻게 잡고,
어떻게 튕기면 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골을 잘 넣을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기술은 전혀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필요한 것들을 배워갔다.
그렇다고 이 농구 아카데미가 작은 곳인가?
그렇지 않다.
프로 농구 선수까지 배출해 내는 곳이다.
호주가 농구를 잘하는 나라인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이 아카데미에서는 농구의 본질적인 가르침과 함께,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아들도 배우고, 엄마도 배운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