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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배운 고립과 자유

by 근아

왜 코알라와 캥거루는 호주에만 있을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다.


코알라는 어미의 등에 매달려 있고,

캥거루는 어미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난다.


이토록 오랫동안, 어미의 품 안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하는 동물이 유독 호주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붙잡았다. 내가 호주에서 살며, 마치 나 또한 이 나라의 품 안에서 자라나는 존재가 된 것 같다는 묘한 감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검색을 해보니,

코알라와 캥거루처럼 어미의 몸에 의지해 자라는 동물들을 '유대류(marsupia)라고 부르며, 이들은 아주 작고 미완성 상태로 태어나서 엄마의 등이나 주머니 안에서 자라나는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사실, 이런 유대류는 공룡들이 살아 있던 먼 옛날에도 지구 여러 곳에 살고 있었지만 대륙이 갈라지고 호주가 고립되면서 다른 대륙의 강력한 육식 포유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곳에서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진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호주는 세상에서 동떨어진 땅이 아니라 어쩌면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둔 채 자기만의 생명을 지켜낸 땅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립은 단절이 아니라, 하나의 보호막이었고, 그 침묵 속에서 생명은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났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이 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이 나라는 여전히 나에게 낯선 표정을 자주 건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밀어내기보다는

코알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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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디자인하고 글로 색을 입히다’ 호주에 살고 있는 북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근아]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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