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컵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오월 Mar 29. 2018

페이스북 컵

덕분에 먹고 살지만...망해주세요 ㅠ

회사 생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디지털팀' 소속으로 보내고 있다. 소셜/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경력에 한번 따라 붙고 나니 저기 다른 디지털 팀에서도 내 경력을 좋아하고, 또 다른 팀에서도 또 좋아하고 ... 그렇게 디지털팀 여기저기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이력서만 보면 무슨 디지털 외길을 걷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다. 나는 항상 회사에서 디지털과 안 디지털을 왜 구분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암튼 그렇게 됐다.  


보통 내가 속해 있던 조직은 '우리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빨리 적용하는 팀이다!' '디지털이니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 하는 압박 속에 살았다. 늘 뉴스에 목말랐고,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플랫폼에 빠르게 적용해야 했다. 나는 특히 페이스북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엄청 나게 영향을 받았다. (사실 페이스북 = 디지털이라는 어른들의 구분 방식도 이해를 할수 없다.) 열심히 콘텐츠 만들어놨는데 갑자기 UI 바뀌어 있어서 폰트가 짤려보이고 그러면 모니터 줘패고 싶고... 클라이언트한테 도달이니 노출이니 실컷 설명해놨는데 그 다음날 소리 소문 없이 막 바뀌어 있으면 키보드를 꽝꽝 때렸다. 그리고 주문처럼 외웠다. "망할 주커버그!!! 망할 페이스북 !!! 3년 안에 망해라 !!!!"  



하지만 페이스북은 망하지 않았고 난 계속 페이스북으로 먹고 살았다. 수많은 브랜드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댓가로 돈을 벌었고, 지금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올리며 월급을 받는다. 지금도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접속하는 것은 페이스북이고,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열어놓고 이것저것 모니터링을 한다. 망했으면 좋겠는데 망하면 또 뭘 새로 공부해야 할지 걱정이다. 페이스북 싫다싫다 하면서 이런 굿즈는 가장 빠르게 챙기고... 근데 컵은 참 예쁘지 않습니까? 사이즈도 큼직하니 너무 좋고...

매거진의 이전글 헬싱키 공항에서 온 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