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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오월 Feb 23. 2016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스페인에서 우주의 미아가 된 기분을 느끼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해서도 조금 설렜을 뿐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 25킬로짜리 캐리어를 낑낑대며 3층으로 올려놓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제 이 곳에서 내가 살아야  한다고? 


대학생 때 떠났던 배낭여행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말로 가득한 빠리 공항에서 교통권을 사려다가 갑자기 무서워져서는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싶어 다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잡아탈까 했었다. 모니터에서 보던 세상이 현실로 내 눈 앞에 펼쳐지자, 제일 먼저 떠오른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서른 살이 되면 긴 여행을 가겠다고 습관처럼 말하긴 했지만 진짜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몇 달  전부터 이곳에 오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비자를 받고, 회사도 그만뒀지만 내가 정말 바르셀로나에 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이곳이 바르셀로나는 맞지만 내가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진짜인가 싶었다. 


오랜 시간의 비행과 시차에 멍한 상태까지 겹쳐서 실감 날 틈도 없이, 하루 종일 선배를 쫓아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종일 돌아다니고 나서야 늦은 시간에 방에 짐을 풀고 누웠다. 지구 반대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작은 아파트에 내 방이 있다는 것이 감동적인 것도 잠깐. 차가운 타일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왠지 서러웠다. 내가 여기에서 앞으로 잘 살 수 있을까?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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