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저녁에
일찌감치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된 딸내미는 이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채지 않는다. 대신 좀더 현실적인 선물을 해달라고 조른다.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롱패딩.
그것도 블랙을 원한다. 잠시 화이트를 살까 핑크를 고를까 망설이더니 얼룩을 감당할 수 없음을 금세 깨달았을 것이다. 진정한 멋쟁이는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짐짓 고상하게 이야기해보지만, 쇠귀에 경 읽기다.
정 그렇다면 색감, 디자인, 브랜드 등을 다방면에서 살펴보며 원하는 패딩을 골라보라 이야기한다. 몇날 며칠 아이패드로 자신이 평소 호감을 가졌던 브랜드들을 읊는다. 그리고 실제 모습을 보기 위해 현장에 출동하기로 한다. 내가 곧잘 작업재료를 구하러 가는 스타필드 고양도 아주 괜찮은 시장조사 장소가 된다. 고맙게도 한 층에 거의 모여 있는 스포츠웨어 상점들을 차례차례로 다니며 그나마 가성비 좋은 걸 고르라고 계속 종용한다.
그사이 나는 다른 데 관심이 가 있다. 스타필드에 오면 자라 홈, 메종티시아, 플라잉 타이거스, 라이프 콘테이너, 다이소, PK 마켓까지 내 작업의 배경과 부자재들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데 재미를 붙였다.
자라 홈과 메종티시아는 가격들이 좀 센 편이라 늘 눈요기를 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에 자라 홈에서 이번 작업의 재료가 되는 트리 장식세트를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드물게 블랙과 그레이로 구성된 것이라 컬러풀한 식재료에 안성맞춤이다. 마침 크리스마스 저녁이기도 하고 해서 토마토와 귤의 레드 계열을 초록 부직포를 배경으로 배치해보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나면 이들 리빙 데코 업체들은 또 어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까. 초록과 빨강으로 어우러졌던 실내와 길거리들이 어떤 색과 디자인을 입게 될지 계속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