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림 Dec 25. 2018

4.길위에서 만난 스승

천년초 손수건

ⓒmaywood

"어르신, 이게 뭐예요? 빨간 호리병처럼 생긴 열매요."

"천년초라는 건데, 엄청 달아. 맛 좀 보슈."

"어떻게 먹으면 좋아요?"

"요렇게 씨를 발라내고, 근데 이 씨가 좀 단단하지, 갈아서 먹거나 하면 관절에 그렇게 좋다네."


내 작업의 스승들을 세상 여기저기에서 만난다. 

오늘은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모퉁이에서 밤, 대추, 천년초 등을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그분을 통해 천년초가 선인장의 한 종류이고 즙을 내서 먹기도 하며 화장품의 원료로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먹을 식구가 별로 없어 부르신 값에 한줌만 달라고 해도, 두고두고 먹으면 되니 어여 가져가라며 다 안겨주신다. 내 작업재료 선반에는 오늘도 천년초라는 새로운 식구가 들어와 함께 어우러질 친구를 찾는다. 


비슷한 크기의 돌나물을 골라 잔잔한 패턴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늘 강렬하고 시선을 잡아끄는 작업만 하라는 법은 없다. 천년초-돌나물 손수건 테두리에 바느질 느낌을 주려면 어떤 게 좋을까. 오징어먹물 스파게티면이 이럴 때 쓰일 줄이야. 잘게잘게 잘라서 사방을 이어본다. 


내일은 또 길위에 어떤 재료들이 있을까. 내가 알아가야 할 것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무엇이든 떠올려보는 습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