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를 닮은 양파연꽃
자색 양파나 자색 무는 그 색감 덕을 톡톡히 보는 재료들이다.
자색 양파를 한겹 두겹 벗겨내거나
자색 무를 한번 두번 썰어보면
매번 다른 묘한 자색들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색 양파와 호박잎으로 만들어본 연꽃을 보며
경북 문경에 사시는 내 큰이모를 떠올렸다.
일찍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마치 살아돌아오신 것처럼
이모는 늘 인자한 미소를 잃지 않는 보살 같은 분이시다.
내가 갓 태어나 설사 등으로 곧 숨이 넘어가려 할 때
엄마와 함께 미음을 만들어 떠먹이며 살려주신 은인이시기도 하다.
이모가 사시는 동네 앞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매년 여름이면 우아한 연꽃들이 피어나는 모습이 그야말로 대장관을 이룬다.
골목 어귀 느티나무 아래에는 어느 집에선가 내다놓은 1인용 소파가 있는데,
우리가 찾아갔을 때 이모는 거기 앉아 연꽃들을 바라보고 계셨다.
호박잎은 이 작업을 한뒤 살짝 쪄서 쌈을 싸먹었다.
동네 근처 시장 난전에는 이모와 비슷한 나이의 어르신들이
대형마트 것처럼 반질반질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을 닮은 듯 구부러지고 왜소한 가지, 오이, 호박 등을 가지고 와 파신다.
난 그곳에서 파는 재료들에 더 많은 애착과 관심이 간다.
이 작업을 한 뒤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