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 쿠키
"엄마, 새해에는 좀 색다르게 작업을 해보면 어때?"
"아이디어 좀 줘봐."
"배경을 맨날 한 가지 색상만 쓰는데 여러 개를 겹쳐보기도 하고 말이야. 참, 봄에 일본 가기로 했으니 그때 가서 재료들 좀 더 사봐, 엄마. 근데, 이 나비 같은 재료는 뭐야? 나도 좀 해봐도 돼?"
어깨너머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엄마 작업중'이라고 알리면 초딩 딸아이는 '그럼 딸은 게임중'이라며 자기만의 작업에 열중하는 편이었다. 어떨 때는 퇴근해서 자기 얼굴은 잠깐만 봐주고 부엌 작업대에 코를 박고 있는 엄마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을 터였다.
딸은 재료 서랍에서 이케아에서 산 과자와 나비 모양 스파게티면을 꺼내어 내가 깔아놓은 배경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간간이 까치발을 하고 좀더 멀리서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마치 화가가 그림을 그리다 저만치 떨어져서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같아 웃음이 살짝 났다.
사진 속 작업은 딸아이가 완성하고 찍은 '리본 쿠키'이다. A3 크기의 넓지 않은 배경이지만 그래도 가끔 내게서 산만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가 차분히 과자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결과물이 주인장 닮아 작품이 귀엽도 앙증맞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아이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말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작업을 해서 가족 단톡방에 올리면 부녀간에 심드렁하게 '좋네'라고 해주어서 별관심이 없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차곡차곡 기억을 해준 것이다.
이런 경험을 일터에서도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일해온 경력자이지만 가끔은 일한 지 얼마 안 되는 후배의 통찰이 더 빛날 때를 자주 목격한다. 물론 긴 시간 동안의 단련이 중요하긴 하지만, 경력은 짧을지라도 그만의 독특한 시선이 더 의미있을 때가 꽤 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말을 적게 하고 행동도 되도록 절제하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귀와 눈은 크게 열어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