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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Jun 02. 2022

곁에 있어주는 일

314일


아기를 위해 식사 준비도 하고, 어린이집 가방도 싸고, 아기 빨래도 하고, 집에서도 이렇게 분주한데 아기는 내내 가드에 붙어 나를 바라보며 칭얼거린다. 그게 부담이 되고 짜증스럽게 느껴질 때도,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릴 때도 있다. 내가 이거 안 하면 누가 할건데? 니가 할 거니? 싶은 마음. 

오늘은 다 멈추고 아기 옆에 가서 벌러덩 누웠다. 가드에서 몸을 돌려 나에게 기어오며 코를 찡긋대며 웃는다. 내 품에 와서 기대 잠깐 있더니 혼자 놀기 시작한다. 뭘 해주지 않아도, 이렇게 한 공간에만 있어도 좋다는데, 뭐 그리 동동거릴 게 있나 싶다. 이렇게 내가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웃어주는 이가 내 인생에 몇이나 있었을 것이며 있을 것인가. 너 또한 언제까지나 나를 찾지는 않을텐데.    

그냥 아기의 흐름에 나를 맡기자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도 또 내 할 일을 찾고, 내 하고픈 일을 찾는 나이지만, 아기의 곁에 있어주는 일을 고까워하지 말자. 다정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아기와 살 부비며 매일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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