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쌤 Apr 28. 2021

시험 잘 쳐!끝나고 연락해!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22

학생들의 내신 대비는 그 나름대로 치열하다. 나야 영어만 가르치면 되지만 적게는 7과목에서 많게는 12과목까지 시험을 보는 학교도 있다. 그 압박 자체가 부담이다 보니 시험기간에는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흡사 좀비 비슷한 상태가 된다. 이 좀비모드의 학생들에게도 단골 멘트가 있다. 


"선생님 배고파요..."

"선생님 네 시간밖에 못 잤어요.."


재미있는 점 은 실제로 지친 학생들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니느라 먼저 지친 학생들의 멘트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래서 시험기간은 누구에게나 힘든 기간인가 보다. 한 달의 내신 대비. 주말 보강은 물론 한껏 지친 상태로 직전 보강까지를 마무리한다. 시험 잘 치든 못 치든 끝나고 꼭 연락하라는 말에 성실하게 대답하는 뒤통수들이 기특하다.


중학생들 내신 대비를 하는 선생님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중학생 내신 성적은 선생님을 갈아 넣은 거라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중학교 시험에서 90~100점 받는 학생이 10명 있다고 치면 그중 고등학교 가서도 그 성적이 나오는 학생들은 절반이 조금 안된다. 과학적 통계자료는 아니고 현장 통계 정도라고 해두자. 그래서 한 문제 차이로 슬퍼할 필요 없다고 말해도 중학생들 사이에서 96점과 100점은 으스댐의 정도가 꽤나 다르다. 그런 거 보면 또 귀엽다.


고등학교 가서 반 평균이 50~60점대로 떨어지는걸 처음 보는 학생들은 충격에 빠진다. 그 와중에 성실하게 내신 범위에 몰입해서 90점 이상을 받아 오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내신에 대한 감을 빠르게 잡은 편이다. 모의고사 성적과 내신성적이 같이 가면 좋겠지만 모의고사 1~2등급, 내신 3등급인 학생은 실제로 존재한다. 모의고사가 실력과 운이라면 내신은 성실인데 모두 다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생각 많은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으니 얼른 집 가서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 시험 잘 치라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시험 잘 쳐 끝나고 연락해! 


나도 학생들에게 연락처 공유하는 것을 망설였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확실한 건 카카오톡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페북,인스타는 많이 하는데 내가 안 하니까 접점이 없다. 그래서 번호를 교환하고 나서 오히려 편한 점이 더 많아졌다.


시험 치는 날 당일. 점심을 먹고부터는 괜히 휴대폰을 힐끔 쳐다본다. 마치 내가 오늘 받아야 할 성적표가 있는 것처럼. 열심히 준비했으니 결과가 기대되는 건 당연하다. 혹시 몰라서 배터리 충전도 시켜놓는다. 


전화나 문자로 연락이 왔을 때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쌤~! 기대보다 잘 친 경우 목소리가 한껏 올라간다. 반대로 쌤......... 말줄임표가 길어지면 기대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경우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니 결과는 나왔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고생했다는 말로 우리의 중간고사를 마무리한다. 한숨 돌리고 기말고사를 준비해야지.


고생했다 다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 오늘 숙제가뭐예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