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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Jul 18. 2021

영어학원 보내시려고요?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27

영어에 대한 한국인의 애증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영어강사다. 


우리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 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사실상 영어는 언어일 뿐 그 어떤 기술이 아니라고 말하면 십중팔구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 그건 네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그래"


재미있는 점은 어른이고 아이고, 학생이고 학부모고 전혀 상관없이 같은 대답을 한다는 거다. 오늘 글은 그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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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미용실에는 이미 내 생활 패턴이 들킨 지 오래다. 평일 오후 1시~3시 출근 전 이상한 시간에 머리 자르러 가니까 뭐하는 사람인지 당연히 궁금해한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스몰토크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서 몇 번 웃어넘겼지만 1년쯤 같은 얼굴을 보다 보면 그것도 불가능해지는 시기가 온다. 학원강사라고 하면 무슨 과목인지 궁금해하고 영어면 대게 반응은 두 가지다. '본인의 영어' 또는 '아이의 영어'  물론 어느 쪽이든 좋은 이야기는 잘 안 나온다. 본인의 영어에 대해 이야기는 보통 '쉽지 않죠'로 끝나기 마련이고 아이의 영어는 '그래도 시켜봐야죠'로 끝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만난 헤어디자이너 선생님은 영어가 미련이 남아서 공부해야지 생각만 한다 하시길래 이렇게 대답했다. 


"기술을 배워본 사람은 실력 발전 단계를 이미 경험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미용실이라 타깃이 굉장히 좁혀졌지만 결국은 성취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하나의 성취가 쌓이면 실력을 만들고 실력 변화를 경험해본 사람은 다른 학습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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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종종 인사하던 사이였던 회원님이 오랜만에 말을 거셨다.  "혹시, 선생님 저쪽에 새로 생기는 영어유치원 관련해서 좀 알고 계세요?" 그 업체에 대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게 없어서 모른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이 영어를 어떻게 시키는 게 좋을지,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시다. 


어리면 어릴수록 또 미리 걱정이 된다. 감히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미리 그 길을 걸어가 본 사람으로서 하는 걱정임을 이해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학습 경험이 있다. 심지어 기간은 꽤 길다. 하지만 성공적인 결과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들이 학부모가 되었으니 당연히 자녀의 영어교육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못 해 드려서 죄송하지만 딱 한마디는 했다. "상황이 괜찮으면 영유는 추천드리고 그게 아니면 어릴 때 영어 교구에 너무 돈 많이 쓰실 필요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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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수강 중인 피아노 학원의 선생님은 딸이 딴 건 모르겠고 영어는 잘했으면 좋겠다 하셨다. 영어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에 대한 비교를 원하시길래 아는 데로 대답해 드리다가 가만, "따님이 몇 살이라고 하셨죠? 영어학원 보내시게요?"


머쓱하며 웃으시는데 아이가 4살이란다. 아직 학원 보내실 건 아니지만 미리 알아두는 거라 하셔서 집에서 어디까지 해서 학원 보내면 좋을지를 알려드렸다.


" 집에서 알파벳 소리, 이름, 쓰기 까지만 딱 하세요. 그 이상하면 집에서 아이랑 싸울 거예요 "


물론 외국어를 집에서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가끔 한국어도 집에서 가르쳤는데 영어도 되겠지!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부분은 생각을 좀 해봐야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모국어를 학습하는 환경은 굉장히 멋진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24시간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그 언어를 이용하는 걸 들을 수 있고  (듣기, 표현, 단어)

무슨 말이든 하면 다 칭찬해주고 (발화, 지속가능성, 유창성)

잘못 말하면 교정도 해준다 (정확성)


그런 환경에서 모국어를 배우는데도 몇 년이 걸린다. 영어는 어떨까? 이걸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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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성적 고민을 하는 만큼 학부모님들도 고민하는 걸 느낄 때마다 나는 묘한 기분이 든다. 각자 고민은 다르지만 결국엔 실력을 위해서 걸어가는 이 길이 너무도 길고 지루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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