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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쌤 Jul 25. 2021

선생님, 우리 언니 알아요?

동네 학원 영어강사로 살아남기 28



아이들에게 학원이란 학습의 장이면서 동시에 사교의 장이다. 저학년 때는 흥미 위주로, 고학년 때부터는 학업에 도움 되는 과목 위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동네 학원의 경우 한 학원을 3년~5년 다니고 형제자매까지 함께 다니는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다.


초등학교 때 본 아이들이 어느새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고, 그 아이들의 동생들은 어느새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 자매, 형제가 했던 수업을 반복하고 있다.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나는 그 자리에 서있어도 아이들은 멈추지 않고 자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선생님, 우리 언니 알아요?"


어느 날 수업시간에 P가 나에게 묻는다. 아이들의 관심은 집중된다. 선생님이 P의 언니를 어떻게 알지?


" 알지, 그럼~ 언니랑도 수업했는걸 "


같은 학원에 재원 중인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은 깜짝 놀라며 너도나도 묻는다. 아이들은 그저 자기의 가족을 선생님이 안다는 게 신기한가 보다


" 우와 선생님 그럼 저희 언니도 알아요?"

" 저희 형도 선생님 안데요! "




한 학원에서 몇 년 있다 보면 형제자매관계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첫째가 다니다가 둘째가 학원 갈 나이가 되어서 입학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고 신뢰를 쌓아두면 특별한 상담 없이 이어서 다니게 되는 경우도 많다. 

유전자를 증명하듯 너무 똑 닮아서 보자마자 알아채는 경우도 있고 또 너무 달라서 형제자매라는 걸 알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또 좀 지내다 보면 비슷한 점이 보여서 신기하다. 가족이란 그런 건가 보다.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져있는 인연에 놀랄 때가 많다. 작은 동네다 보니 말은 빠르게 퍼지고 여기서 가봤자 저기고 저기서 가봤자 여기다. 이전에 수업한 아이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몇 년을 거의 매일 얼굴 보며 수업한 사인데 인사도 못하고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학생이 반갑게 인사를 해도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아닌 척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몇 년 만에 너무 훌쩍 커버려서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 


P의 언니를 가르쳤던 기억이 새록 나면서 괜히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P도 내가 알파벳부터 가르쳤는데 벌써 12살이 되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대단한 우연이고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러니까 말이야, 언니도 선생님이랑 공부했고 우리 P도 같이 공부하고 있지.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함께 수업하는 건 엄청난 인연인 거 같지 않니 얘들아? "


수업 중에 가족 토크로 신이 나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서 슬쩍 말을 던져 본다. 


" 인연은 여자 친구 남자 친구한테 쓰는 말 아니에요? "

" 그건 연인이고 바보야!"


물론 대화는 원하는 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요새 12살들은 애인에 관심이 많다. 친구가 잘못된 이야기를 하면 옆에서 바로 고쳐주는 똑쟁이들도 많다. 단어 하나로 이어지는 누가 누구랑 사귄데요, 누가 누구를 좋아한데요, 그래서요, 저는요, 학교에서요,...!!! 



가십 토크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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