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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Mar 20. 2017

12w_드디어 4개월 안정기 도입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드디어 4개월 시작


이제 12주 4일이니 만 3개월(12주)을 다 채우고 4개월에 접어든 임신부가 되었다. 안정기로 접어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그 사이 아가는 어느새 젤리 곰에서 사람이 되어 있었고, 혼자 꼬물꼬물 잘 움직이며 건강히 크고 있었다.



태아 목 투명대 검사 560위안

지중해빈혈 검사 980위안

간 기능 검사 499위안

갑상선 검사 646위안 + 364위안

기타 등등..

.

.

총 4,003위안 (한화로 약 67만 원)


한국의 병원과는 다르게 혈액 검사 항목마다 별도 결제해야 했다. 처음에 잘 모르니 검사 항목 다 하겠다고 했더니 7,500위안(125만 원) 정도인데 괜찮냐고 우리에게 물어본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가 검사 항목을 정해야 한다는 게 뭔가 납득이 안되었지만, 일부 불필요하다 판단되는 항목은 제외했다. 그래도 4천 위안이 넘는 돈.


중국의 외국인이 갈 만한 병원(통역사 있는 병원)은 정말 너무 비싸다. 초음파 사진도 별도 인화 안 해주고, 동영상도 안 주고, 산모수첩도 안 주고, 세세하게 설명도 안 해주고. 아 답답하여라... 한국에 가고 싶어 졌던 그날. 출산할 병원이랑 조리원도 정해야 하니, 다음 검진은 한국에서 받아야겠다.

 






임신부의 심리


검사 전날 밤 신랑 끌어안고 엉엉 울고, 그날 밤 꿈속에선 치열히 도망 다니며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다. 괜히 불안한 마음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임신 책 꺼내 들고 정독했다. 신랑은 바쁘고, 난 힘이 없고. 괜찮다고 했지만 은근 걱정이 많아지고 힘들었나 보다.


출산을 신랑 없이 나 혼자 할 확률이 높다는 것. 신생아를 데리고 중국에 바로 올 수 없으니 남편의 한국 컴백을 기원하며 혼자 독박 육아를 당분간 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걱정된다. 임신은 내 몸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건 절대 나만의 일이 아니다. 혼자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우리 둘의 일이니 난 최대한 함께 나누고 싶다. 그런데 벌써부터 걱정되는 우리의 D-day.

지금부터 이러는 걸 보니 정말 혼자 겪는다면 나중에 그 상황이 꽤나 야속할 것 같다. 그래도 이해해야겠지.


어쨌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울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눈물 콧물 쏙 빼가며 후련하게 울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더니 예측 없이 타이밍이 오는구나. 신랑은 이제 4개월 됐으니 당장 한국 다녀오란다. 추석 지나고 바로 가기로 했으니 안 가도 된다고 말했지만 또 예측 없이 눈물이 나려 하는 날, 바로 티켓팅 해 버릴지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아직도 구역질이 나고, 특정 냄새를 피해 다니고, 트림은 끝없이 올라오고, 목에 사탕 하나 걸려있는 듯한 기분은 여전하지만(찾아보니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인가 보다. 답답하다), 그래도 4개월에 접어드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


기분뿐 아니라 입맛도 롤러코스터 마냥 매일 오르내린다. 나아지는 듯 하더니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지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도 요리를 하고 싶지도 않아진다. 인스턴트로 버티고 있는 요즘, 여전히 쌀은 거의 못 먹고 있다.(밥 냄새가 너무 싫다.) 심지어 숟가락으로 먹는 것도 싫어서 티스푼으로 먹고 있다.


버티다 배고파서 무언가 먹고 나면 금방 속이 또 울렁거리기 시작하고. 먹는 얘기만 해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이다. 속 울렁거림이 갑자기 심해지고 순식간에 침이 엄청 나오기 시작한다. 차라리 깔끔하게 토하고 쉬고 싶다. 그나마 뭐라도 먹고 토를 많이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이것만으로도 너무 지친다 이젠.


기분 업 시키는 건 여행사진이 최고지. 떠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거라도 들춰보며 홀로 나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아가야.


오랜만에 널 보러 가는 길이 어찌나 떨리던지. 건강히 잘 크고 있어주어 고마워. 뭘 아는 듯 꼬물거리며 잘 있다고 보여주어 고마워.


요즘 널 행복이라고 부르고 있어. 뱃속에 있는 시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행복하게 잘 자라길, 너를 기다리며 너의 태명을 부르는 우리 모두 행복하길, 너로 인해 더 행복해질 앞으로를 기대하며 수많은 후보군을 제치고 넌 행복이가 되었단다 :)


아직은 어색하지만 조금씩 너에게 엄마 아빠 목소리를 들려줄게. 잘 듣고 건강하고 예쁘게 잘 크고 있으렴. 지금도 엄마 뱃속에서 잘 놀고 있겠지? 다음번 검사 때는 한국에서 외할머니랑 같이 보러 갈게. 그때는 성별도 알려주길. 아들이어도 딸이어도 엄마는 두 팔 벌려 환영할 거야.


/2016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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