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Y Mar 18. 2017

11w_벌써부터 교육 생각

+ 입덧아 이제 그만-



너로 인한 나의 신분 상승


임신 소식을 알리고 난 후 시아버지와 통화를 할 때, '아버님~' 하면 아버님은 '응 공주님~' 하신다. 공주님이라니... 처음엔 '잘못 들었나??' 했었는데 그 이후로도 아직 공주님이라고 해 주신다. 우리 엄마 아빠 핸드폰에 '큰 공주'(내가 커서가 아니고 내가 큰딸이라.)라고 저장되어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육성으로 들은 적이 없으니 들을 때마다 낯설고 어색하다. 신랑한테도 들은 적 없는 것 같은데!!


이 이야기를 들은 내 친구는 내게 아가 덕분에 신분 상승했다고 했다. 맞네. 그전에 내 신분은 뭐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공주! 어머님 말씀으로는 아버님이 요즘 지나가는 아이들을 그냥 못 지나치신단다. 가족 모두들 축하해주시고 기뻐해 주셨는데 그중에 아버님의 손주 사랑이 참 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이참에 아가를 이유로 아버님의 금연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해봐야겠다. 이 정도의 손주 사랑이라면 거뜬히 하실 수 있지 않을까.






또 바뀐 나의 몸 상태


지난주까지 매콤+면+시원한 음식이 당겼던 나.

. 큰 맘먹고 한국 식당 찾아가서 짬뽕을 먹고는 걸어오는 길에 배 부여잡고 주저앉길 수차례.

. 저녁에 떡볶이 해 먹고 바로 배 움켜쥐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 이곳에 몇 없는 한국 빙수전문점에서 빙수 잘 먹고는 집에 와서 역대급 구토.

. 한국반찬가게에서 콩물 사다가 콩국수 해 먹고는 또 한 번 배 움켜쥐고 뒹굴뒹굴.

뭔가를 먹고 나면 계속해서 위가 아프다. 울렁거림을 넘어서 누군가 위벽을 긁고 있는 기분. 속이 너무 쓰리고 아파서 위장약 한 사발 먹고 싶은 기분이지만 아가 생각해서 참고 또 참기.


신랑이 날 지켜본 결과, 위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단다. 생각해보니 위염 증상과 비슷하기도. 그래서 면/매운 음식/차가운 음식을 당분간 먹지 않기로 했다. 아이스크림/국수/파스타/떡볶이 모두 모두 금지. 기름진 음식/고기 등은 임신을 알고 난 이후 이미 먹지 않고 있는 중이고, 그나마 개운하게 먹었던 아이스크림도 안 먹으면 뭘 먹나 싶다.


어제는 신랑이 죽 끓여줘서 먹었고, 요즘은 미역국/어묵국/된장국에 밥 말아서 조금씩 먹고 있는 중이다. 먹는 음식을 바꾸니 확실히 속 쓰림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직 구역질&가끔 하는 토는 여전하지만.


계속해서 바뀌는 입맛이 참 신기하다. 그렇게 매운 음식 타령을 했었는데 이젠 먹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어제부터 갈비, 소불고기 등의 양념된 고기가 생각나는데... 또 한 번 입맛이 바뀌는 걸까. 나 때문에 덩달아 고기 못 먹고 있는 신랑에게 미안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도전해 봐야겠다.







벌써부터 교육 고민


오랜만에 이곳에서 친구를 만났다. 시부모님이 광저우에 사셔서 잠깐 왔다가 기차 타고 심천으로 왔다. 기차역에서 납치해오듯 택시에 태워서 우리 동네로 슝-

중학교 교사인 이 친구와 만나면 아이들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임신 전부터 발달 심리, 교육 등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이런 수다 떨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직업 교육&글쓰기 교육은 꼭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직업 교육


요즘 아이들 장래희망에 빈칸으로 쓰는 경우 많단다. 데리고 가서 물어봐도 대답 없음. 원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것이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직업이 과연 몇 개나 될까. 직업이 먼저 정해지고 하는 일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로부터 직업을 찾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일부 특정 직업(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거나 몸이 조금 고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을 보며 '저 사람 불쌍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내 속에서는 천불이 난다. 여름날 밖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고생 많으세요' 한마디면 충분하다. '에고 딱하기도 하지' 라거나 '좀 안 됐네. 쯧쯧' 이런 생각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특히 '공부 안 하면 저 사람처럼 되는 거야'라는 말을 하는 부모는 정말 나쁜 부모이다. 백날 그런 마음으로 공부시켜봐라! 그런 교육으로 아이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될까.


얼마나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꼭 가르쳐주고 싶다.



* 글쓰기 교육


짧은 인터넷 기사, 웹툰의 대사, TV 자막에만 익숙해져 있어서 긴 글을 읽는 것이 힘든 아이들. (요즘 교과서 읽는 것도 벅차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국어 선생님들이 참 힘들어한다고 한다.) 덩달아 생각의 호흡도 짧아지고, 깊고 길게 고민하고 생각하지 못하며, 자기의 생각과 기분을 어떤 단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친구가 얼마 전 북경에서 미술을 유학한 아이의 부모를 만나 포트폴리오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림 하나를 그리면서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 하나하나 글로 썼단다. 어쩜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어떻게 거침없이 글로 표현할까. 친구는 한국의 아이들이 떠오르며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나는 며칠 전 한국의 미술 영재가 미대 입시를 위한 정형화된 실기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미술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미술에도 글쓰기가 중요하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든 상황에서 발언권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생각을 말로만 표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글로 적고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 대입을 위한 논술은 빼고. 그런 스킬과 재주 부리는 글 말고 진짜 내 생각을 담은 글쓰기를 가르쳐주고 싶다.


내 생각이 있어야 나를 알 수 있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과 살고 싶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난히 하라는 공부하고 대학 가고 취업하고 일하면서 내가 20대 후반에 느꼈던 그 좌절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꾸준한 고민과 글쓰기를 통한 생각 정리로 좀 더 자신감 있게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해주고 싶다.



말이 쉽지. 나조차도 이런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 없고, 어디서 이런 걸 배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이나 다큐멘터리, 해외 자료 좀 틈나는 대로 찾아봐야겠다. 이런 엄마의 고민과 생각이 태교이려니 생각하며.


평소 같으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겠지만.. 이 날은 둘 다 따뜻한 차 한 잔씩.






11주 배 크기


아직 조심해야 하는 시기지만.. 너무 답답해서 이틀에 한 번은 헬스장이라도 간다. 남들은 뛰느라 정신없는데 나는 천천히 배에 손 얹어가며 걷기. 2~3킬로의 거리를 40분 정도에 걷고 있다.

지난 9주에 비해 그새 더 나온 11주 4일의 배. 남들은 안 나온다는데 왜 나는 벌써 이러나 싶지만, 사람마다 다르다니 괜히 신경 쓰지 말기. 몸무게는 -3kg. 결혼 후 왕창 살이 쪘던 터라 아직 2kg는 더 빠져도 괜찮다.

벌써 아랫배가 살짝 나왔다. 여기 올 때 싸 들고 온 대부분의 바지와 치마는 못 입고 있다.












아가야.


드디어 내일 두 번째로 우리 만나는 날이네. 잘 지내고 있겠지? 입덧 때문에 힘들고 괴롭다가도 이런 증상마저 없어지면 아가 잘 있는 건지 너무 걱정될 것 같아. 그래서 힘들어도 잘 견뎌내고 있으니 걱정 마 :)

이렇게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품고 낳은 너니까 그 사랑에 감사하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나길.


벌써부터 이것저것 고민 많은 엄마인데 실제로는 과연 어떤 엄마가 될까. 고민을 많이 했더라도 처음 하는 거라서 완벽하진 않을지 몰라. 그래도 지금의 이 고민을 나중에 너가 보면 그런 시행착오쯤은 같이 웃어넘길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시간이 많으니 계속 더 공부하고 있을게. 얼른 만나서 예쁜 옷도 입히고 같이 놀고 싶지만 기다리는 이 시간 동안 무언가 준비할 수 있어 다행이야.


내일 만나자. 건강한 모습 보여주길.


/20160812

매거진의 이전글 10w_어느새 한 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