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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즈메이즈 Feb 24. 2017

우리는 사실,-'가장 보통의 존재'

음악에 관한 간단한 감상 2

언젠가 일본에 갈 일이 있었다. 정해진 일과를 매일같이 수행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고 30분 동안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타야하는 시내버스 때문에 어느 새 그 곳은 해외라는 느낌보다는 일상의 터,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기분이다. 그 광경이 일상과도 같았던 이유 중에는 그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나의 음악을 선곡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도 한 몫했다. 평소와 같은 음악을 들으며 평소와 같은 생각을 할 때 나는 아마도 긴 여정 속에서 가장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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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들었던 나의 음악(나의 음악이라는 표현은 내가 듣는 음악이라는 뜻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뜻을 동시에 내포한다)이 바로 언니네 이발관의 명반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가장 보통의 존재]였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평소에 언니네 이발관을 자주 듣냐하면 그건 또 아니다. 생각이 나면 앨범 단위로 가끔 듣는 정도였으며 가장 좋아하는 곡은 '순간을 믿어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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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고르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겠느냐마는 일단 그 때의 나는 당장 뭐라도 선곡을 해야했다. 당시의 기준은 아마

1. 내 재생기기가 아니면 듣기 힘든 곡인가

2.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인가

3.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을 곡인가

였고 그래서 선택한 게 [가장 보통의 존재]를 돌려듣는 것이었다. 다소 이상한 이유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완벽에 가까운 선곡이었고 덕분에 항상 누구보다 센치한 상태로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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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이 바로 '가장 보통의 존재'이다. 이상하게도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나는 나를 누구보다 평범한 인간으로 치부하며 살고 있었다. 중 3때인가 친구의 생일선물로 김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살 일이 있었고 몰래 읽어 본 '인생은 하나의 춤'이라는 구절이 내 인생에 그렇게 깊이 남을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 역시 하나의 희미한 춤과 같은 느낌의 곡이라고 생각한다. 세션의 소리들은 작고 희미하게 서로 만날 듯 말 듯 하며 끝내 마주치지 않는다. 아마 화자와 청자의 관계도 그렇게 평행선 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보통의 존재로 새겨지는 것은 아마도 결국엔 닿지 못한다는 것과 동의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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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버스 안에서 노래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울적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내가 누군가의 보통의 존재로 전락한 느낌을 수없이 받아서였다고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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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던 한낮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던 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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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연락을 받을 수도 없게 되었지만 사실 나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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