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어"
내가 아는 틀리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이다. 셈, 즉 수학적 계산 또는 사실인 부분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있을 때 틀리다는 말을 쓴다고 생각한다.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형용사로 알고 있다. 우리가 업무 또는 일상 대화에서 쉽게 혼동되어 쓰는 단어일 것이다.
대화를 할 때 나는 위의 얘기를 종종 한다.
"그건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거야"
"생각이 다른 것일 뿐 서로가 틀린 것은 아니야"
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냥 언어의 혼동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이겠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대화를 일방향으로 이끄는 안 좋은 단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와 마찬가지로 경험의 양면성에서 독선과 고집의 연장선이 될 수도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경제 그리고 회사에서 날 선 대립이 생기는 이슈에 빈번히 나오는 단어일 것이다. 단어일 뿐이겠지만 나는 대화할 때 '틀렸어'라는 말을 들을 때 면 나 또한 자그마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무의식적으로 쓰는 건지 아님 그러한 성향을 단어로 표현하는 것인지. 비즈니스와 관련된 것이라면 나만의 생각과 판단을 통해 맞춰 나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건 틀렸다기보다는 다른 거겠지요^^'라는 멘트와 함께 나의 생각을 피력한다.
일을 할 때 생각보다 많이 겪는다. 우리가 손쉽게 구입해서 입는 옷들이 나오기까지는 원/부자재, 봉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수정과 개선의 과정을 겪는다. 제조업의 특성 중 하나로 수정과 개선에는 본인만의 노하우와 경험이 토대가 되며, 그 경험이 수정과 개선이 되려면 그 이상의 틀림과 다름을 겪어야 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지적해서 나의 손해를 최소화해야 할 일들이 생긴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는 다름을 말하면서 틀림을 주장하는 나의 모순을 발견하며,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이것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인가, 아님 나는 이런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인가 하면서 말이다.
표현의 차이라고 하기에는 파급력이 굉장히 큰 단어이다. 다름을 인정받기 위해 언성이 높아져야 할 때도 있고 관계의 개선이 아닌 끝을 각오하고 얘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바이어가 아닌 셀러의 입장에서 보면 생각하고 눈치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생각이 많아지면 침묵 아니면 끝나지 않는 말, 이 두 가지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치닫는 것을 많이 겪어봤다. 어떠한 방법이던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긴 쉽지 않다. 나는 이런 상황이 생기면 생각이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대화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첫 직장에서 배운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이럴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쿠션 용어"라는 것이 있다. 말과 말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고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언어들 말이다.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에서 저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저도 님과 같은 상황이면 그렇게 생각할 듯합니다."
등등의 상대방을 인정함과 동시에 내 얘기도 들어주면 좋겠다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한다. 대화가 조금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성의를 표함과 동시에 나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틀리다'와 '다르다' - 같은 의미인 것처럼 쓰일 때가 많은 단어이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나타낼 때가 많은 단어인 듯하다. 비록 하나의 단어이나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과 성향을 읽을 수 있는 심오한 단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