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배려"
땀이 많다. 여름엔 땀 때문에 손수건이 없으면 출근이 힘들다. 특히 코에 땀이 많이 난다. 정말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마르지 않는다. 여름만 되면 고생이다. 자연스럽게 손수건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고, 일정한 행동 패턴도 생겼다. 손에서 손수건을 놓지 않는다. 수시로 땀을 닦기 위해서다. 그리고 코에 난 땀은 거의 10초에 한 번은 습관적으로 닦는다. 한 손을 자유롭게 둘 시간이 생기면 코에 손수건을 대고 있는 게 버릇이 되었다. 가만히 놔두면 눈에 띄게 커지는 땀방울이 미관상 안 좋고 안경이 흘러내렸다.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무인지라 나름 깔끔하게 차려입고 얼굴에 땀이 흐르는 건 보여주기에도 좋지 않은 듯하여 손수건은 항상 내 코에 상주하는 시간이 많았다. 나름 내가 생각했던 배려였다. 특정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사람들은 나의 고충을 이해할 것이다. 특히나 사람들과 대화에 있어서 보이는 부분에 땀이 많다면 곤란한 경우도 많이 생긴다.
어느 날 옆 팀 과장님과 업무상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사무실에 에어컨이 켜져 있어도 땀이 나기에 자연스럽게 손수건으로 연신 코 땀을 닦으며 얘기하고 있었고 어느 순간 그냥 손수건을 코에 대고 얘기하고 있었다.
같이 얘기를 나누던 과장님이
"혹시 나한테 무슨 냄새나?"
무의식적으로 하던 행동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아니요 과장님 제가 땀이 많은데 특히 코에 땀이 많이 나거든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손수건을 코에 대고 있었어요."
"아~ 그래서였구나. 난 또 나한테 무슨 냄새가 나는 줄 알고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
과장님의 대답에 나는 다시 한번 설명하고 배려의 마음과 행동이 자칫 상대방에게 오해를 살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부분에 쉬지 않고 땀이 난다는 것은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였다. 손수건 사용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동시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감추기 위해 생겨난 습관이었다. 습관이 점점 진화해서 이제 습하고 더운 여름에는 손수건은 나와 한 몸이 되었다. 손에 쥔 손수건은 이제 반사적으로 얼굴로 향하고 코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혼자 있을 때, 회의를 할 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를 구분하지 않고 항상 같은 동작이 반복되다 보니 과장님처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많았다. 인체의 신비로움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나를 위하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해서 했던 행동이었다. 그런데 그 배려가 '나만의 배려'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후 나의 습관은 조금씩 변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는 자연스럽게 짧게, 그리고 간결하게 땀을 닦게 된 것이다. 아예 코에 대고 있는 것이 아닌 필요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땀을 닦는 것으로 발전한 것이다. 오히려 요즘 이렇게 하는 게 행동도 간결하고 보이기에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혹시 다른 일에서도 "나만의 배려"가 많았던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배려라는 의미가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라고 한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한다면 오히려 부담이나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참 어렵다.
"난 배려라고 생각했어"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는 선한 마음이 잘못 전달된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