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몽보단 노력"

by Ryan
"해몽보단 노력"


어머니의 꿈은 이상하리만치 잘 맞는다. 특히 조심해야 될 쪽으로 말이다.


내 인생에 있어 중요한 순간마다 어머니의 꿈은 큰 역할을 했다. 수능을 보고 한 달 정도 뒤에 성적표가 나왔다. 노력한 만큼 안 나왔다. 대신 노력도 절박하게 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나의 입시전략은 실패했다. 덤덤하게 나를 바라보시던 어머니가 얘기하셨다. 시험 전날 꿈을 꾸셨단다. 그렇게 시원하게 빙판길을 미끄러져 본 적이 없으셨단다. 브레이크 없이 아주 시원하게 빙판길, 그것도 내리막 빙판길을 쉬지 않고 내려오셨단다. 아들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상하셨단다. 차마 말은 못 하시고...


대학 졸업 전 서류를 통과한 회사가 있었다. 서류 통과가 신기한 곳이었다. 전공 관련 회사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장교 우대를 하는 회사에서 일반 사병 출신인 나는 서류 통과도 신기한 일이었다. 다 같이 면접을 보는데 모두가 장교로서의 리더십 얘기할 때 난 힘든 훈련소에서 선임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지만 난 합격을 조금 바라고 있었다. 다들 장교 출신인데 사병 출신인 나는 독특하지 않은가! 참신할 것이다 생각했다.


다행인 것은 이 회사의 탈락 통보는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이뤄졌다. 기대의 시간을 줄여준 것이다. 어머니가 물으셨다.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 그런데 표정이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이시다.


"혹시 또 꿈꾸셨어요?"


예전 수능 때는 빙판길이었다. 이번엔 비 오는 내리막 길이었다. 그리 폭우가 오는데 무슨 일인지 나가셨단다. 이번엔 물과 함께 시원하게 내려가셨단다. 허허허. 크고 굵직한 일만 적어서 그렇지 소소한 일들이 많았다. 올라가실 때보다 내려오실 때가 더 많았다. 빙판길, 빗길, 해변 모래사장에서 구르신 적도 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열심히 구르셨다. 이제는 뭔가 중요한 결정사항이 생기거나 결과를 기다릴 때 내가 먼저 어머니께 여쭤본다.


"혹시 무슨 꿈 안 꾸셨어요?"


꿈이라는 것은 무언가 간절히 바라고 염원이 있을 때 그것을 보여주는 마음이라고 들었다. 어머니가 그런 꿈을 꾸시는 건 다 아들 걱정에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투영된 단편일 것이다. 좋은 꿈도 엄청 많았다. 어머니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즐거워하셨던 적도 많았다.


꿈을 빼고 결과를 되짚어보면 어머니의 안 좋은 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나의 "노력"이다.


꿈이 안 좋아서 점수가 안 나오고 될 일이 안된 게 아니었다. 그동안의 과정을 결과로 만드는 것이 시험이라면 난 그 과정 동안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저 예전에 좋았던 성적만 가지고 과거에만 머물러 있었다. 과정이 안 되는 데 결과가 좋다면 그건 요행이다. 나의 대학입시 실패는 어머니의 꿈이 아니라 나의 자만과 게으름의 결과다. 소위 말하는 스펙 쌓기도 그랬다. 맞는 건지 그른 건지를 떠나 입사 조건에 영어점수 기재는 필수였다. 자격요건에도 나와 있었다. 그러면 나는 좋은 회사, 내가 원하는 회사를 가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다. 들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으니 말이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았다. 열심히 학원 다니고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난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이 또한 나의 노력 부족이지 어머니의 꿈 때문이 아니다.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린 건 나였다. 어머니는 그저 못난 아들 잘되기만 바라셨던 우리네 어머니였다.


노력에도 때와 장소가 있다. 지금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할 수는 없다. 다시 대학을 가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나의 노력은 오늘의 나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맞춰줘야 한다. 나의 노력을 내가 하고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고 싶다. 경력을 살려 현재 일하는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인 좋은 말과 글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노력해야 할 시점에 안 쓴 노력이 많이 있다. 이제 그 노력들을 오늘의 나에게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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