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by Ryan
"꼰대"


선임자의 경험이란 돈이나 공부로는 살 수 없는 무형의 가치이자 노력의 산물이다. 그 경험을 배워나가며 나 또한 선임자가 된다. 그런데 이 선임자의 경험이라는 게 시간과 때가 다르다. 그 시대의 트렌드와 세대의 인식 등이 반영된 경험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소위 말하는 세대 간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꼰대"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영원한 꼰대는 없다는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꼰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꼰대"를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순환하는 의미로 보려면 상대적으로 봐야 한다. 나쁘게만 생각하면 끝이 없다.


"나 때는 말이지"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이런 건 말이지"


누군가에게 좋은 의미로 또는 경험을 전달해주고 싶어 위의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타박이나 꾸중이 아닌 경험을 전달하려고 하는 말인데 듣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말은 듣는 사람이 결정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말은 설령 좋은 의미로 시작한다고 해도 듣는 이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 듣는 이도 마찬가지다. 직장 선임자이거나 인생 선배가 얘기할 때 위와 같은 얘기로 시작되면 할 말이 대답밖에는 없다. "네"로 시작해서 "네"로 끝날뿐이다. 내용은 중요치 않다. 어차피 기억 안 난다. 위의 말이 나오는 순간 "꼰대"의 말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꼰대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반문한다.


"그럼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 거냐?"
"알려주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냐"


일의 선순환은 업무의 인수인계 그리고 숙련 향상이 필수요소다. 정확한 전달자와 받는 자가 필요하고 주고받음을 반복 숙달하면서 경험을 쌓는다. 이론적으로 잘 전달하고 잘 받기만 한다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외부 환경과 세대를 고려하지 않고 업무적인 부분만 전달한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때는 말이지"와 "내 경험으로 봤을 때"의 '때'와 '경험'은 듣는 자의 그것과는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럴 땐 시작되는 말을 바꾸면 어떨까.


"지금 세대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 같아"
"이런 방법도 있겠구나"


공감의 말로 시작을 한다면 어떨까. 일방향이 아닌 서로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존중을 시작점으로 두는 그런 말들을 사용하면서 대화가 시작된다면 분명 상대방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공감의 말로 시작한 후에 그 당시의 경험을 말한다면, 그것은 다르지만 같은 것을 바라본 세대 간의 공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릴 수 있을 것이다. 시작점을 다르게 두면 "꼰대"에서 "공감 능력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학교에서 의류 기획에 관한 실무자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30대 중반의 실무자가 대학생 앞에서 강연을 하기 전에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공감"이었다. 많게는 10살 이상 차이나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부분을 얘기해주고 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저의 경험과 여러분의 현재가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저의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해서 가고자 하는 길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실무자이기에 그리고 강의로 진행되었기에 정보의 전달이 주된 내용이었겠지만 나는 공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내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강의가 끝난 며칠 뒤 한 학생에게 메일이 왔다. 내 강의를 들은 대학교 1학년 학생의 메일이었다. 1학년이면 나와 15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학생이었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강의였고 무엇보다 현실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기쁜 마음에 학생의 질문에 성심성의 껏 답메일을 보냈고 감사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공감을 나눴던 강의였기에 받을 수 있는 메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10년이 넘는 터울을 가진 사람들에게 재미와 울림을 주는 사람들의 강의는 대부분 공감 중심적인 말들이 많음을 느낀다. 그 사람들에게 "꼰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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