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세라세라"

by Ryan
"케세라세라"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뭐가 되든지 될 것이다.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드라마 제목으로도 나오고 노래도 있고...


요즘 나에게 가장 긍정적이고 뭐가 되든지 될 것이다라는 기분 좋은 상상이 바로 글쓰기이다.


처음에는 꿈이 없었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몰랐고 잘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해야 돈을 잘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더 많았다. 어느 대학을 갈지는 고민했지만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리 크지 않았다. 솔직히 고등학교 때까지도 뭐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크게 없었다. 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지. 그런 생각이 더 많았다. 그래도 본능적으로 끌리는 건 있었던지 첫 직장으로 간 곳에서 목표를 찾았다.

'좋은 말과 글을 전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무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의 힘은 컸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되짚어 봤다. 난 말하기를 좋아했다. 칭찬도 들어봤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잘한다니 기분도 좋고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좋은 말은 좋은 글에서 나온다. 책 보는 걸 좋아하게 됐다. 역사를 특히나 좋아했지만 다른 분야의 책도 다양하게 읽었다. 난 언어영역을 좋아했다. 글을 해석하고 의미를 알아가는 게 좋았다. 공대를 어떻게 나왔는지 가끔 신기하다.


막연히 좋은 말을 전하고 좋은 글을 쓸 수는 없었다. 회사를 다니며 프로 서비스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주중에는 회사 생활하고 주말마다 돌아오는 강사 과정이 즐거웠다. 회사일과 병행하며 힘들 때도 있었다. 출근이 먼저였다. 꿈보단 현실이 먼저 아니겠는가!

과정을 수료하고 처음으로 강의를 나간 적이 있다. 회사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교육 강의였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강의장에 갔다. 회사의 사정상 1시간 강의가 30분으로 변경되었고 난 준비된 자료를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앞에서 강의를 해본 사람은 안다. 다 보인다. 이 사람이 듣는지, 다른 생각을 하는지, 잠을 자는지 말이다.(그러고 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들도 다 아셨을 것이다) 정신없이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 뭔가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가득했고 계속 한구석이 허전했다. 왜 그럴까? 난 열심히 준비했고 배운 대로 했는데 왜 뭔가 허전하고 아쉬울까...


답을 찾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 부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만 보는 게 너의 일이 아니다. 가서 현장을 보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해라"


그랬다. 난 잘 배운 것을 그대로 전달만 한 앵무새였던 것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의가 아닌 수업시간에 배운 '서비스 마인드는 이런 것이다', '고객에게 잘해야 한다', '항상 올바른 자세로 즐겁게 일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전달만 했던 것이다. 강의를 들어주는 분들과 공감이 되는 강의를 했어야 했는데 난 그냥 책 읽고 온 것이었다. 첫 강의와 함께 난 당분간 강의를 할 생각을 접었다.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회사생활을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서비스 강의와 회사 생활은 별개라고 믿었던 나의 생각이 짧았다. 내가 여기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강의를 하는 사람이 배워야 할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꿈을 접은 건 아니었다. 좀 더 자격을 갖추고자 한 결심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 10년이 넘어가고 사업도 시작할 즈음 내가 꿈을 고이 모셔만 두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말을 전하기 위해 경험을 쌓는 동안 목표를 잠시 잊었던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자 했던 마음도 현실 뒤로 미뤄놨었다. 직장생활의 고비, 사업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신이 많이 무너져 있었다. 삶의 목표를 생각하며 즐겁게 살다가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꿈을 꾸고 싶었다. 브런치의 첫 도전은 실패였다. 분석했다. 목표가 생기니 한 번의 실패는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마음을 재정비하고 글을 다듬었다. 두 번째 도전에서 나는 정말 오랜만에 합격 메일을 받았다. 정식 작가가 된 것도 아니고 이제 작가 자격이 부여된 일이지만 난 이미 작가가 된 듯한 즐거운 상상만 했다. 말 그대로 케세라세라였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다른 일이 아닌 듯하다. 말을 보여주는 것이 글이고 글을 전달하는 것이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정리하고 기회가 되면 그 글을 전달해주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될 것이다. 내 인생 '케세라세라'를 생각하면 즐겁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