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
"Carpe diem"
"Seize the day"
누군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입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감명 깊게 본 영화고 개봉한 지 30여 년이 다돼가는 지금도 생각나는 영화다. 워낙 명대사도 많고 명장면도 많았던 영화라 한 구절만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다. 꾸준히 기억나고 지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
"카르페 디엠"
"현재에 충실하라"
한 때 OO월드 홈피에 주제로 적어 놓았던 적도 있었다. 언뜻 보면 지키기 쉬운 말이지만 참 어려운 말이다. 살아온 순간 매일매일 현재에 충실하긴 어렵다. 특히나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고민거리가 생기게 되면 하루의 의미가 달라진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것처럼 뭘 해도 안될 때가 있었다. 자신 있게 그만둔 직장. 새로운 회사를 들어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 출근 날짜만 정하면 되는 순간에 입사가 취소됐다.
- 회장님 면접을 봤는데 그다음 사장님 면접에서 떨어졌다.
- 이력서를 넣은 부서가 갑자기 다음 달에 없어진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었다.
차라리 몇 년에 한 번 일어났다면 충격이 적었겠다. 이 모든 일이 4~6개월 사이에 연달아 일어났다. 이제 됐다는 안도감이 가시기 전에 최종 탈락 통보까지 연달아 같은 일이 번복되니 이젠 뭘 해도 안되나 싶었다. 반복되는 시련은 내일을 생각하지 못하게 됐고 오늘은 그냥 흘러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었다. 그저 어제의 일이 화가 나고 열만 받았을 뿐.
무작정 차를 끌고 나갔다. 음악을 크게 틀고 소리쳐 본 적도 있다. 목만 아프더라...
'잘 다니던 회사 아무 생각 없이 그만둘 때 알아봤다. 그렇게 내가 뭐랬니'
들으면 자동으로 분노 게이지가 오르는 멘트들이 주위를 감쌌다. 그걸 누가 모르나... 지금 생각해보니 몰랐다. 그릇된 자신감만 있었을 뿐. 오늘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확신하던 어느 날 영화채널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가 나왔다. 하필이면 카르페 디엠이... 흐리멍덩한 눈으로 보던 나에게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고 있었구나"
"화가 나고 열만 받았지 노력하지 않았구나"
"어제에만 머물러 있었구나"
이런 상황에서 탓을 안 하는 건 성인군자일 거다. 삼재를 탓하고 운을 탓했다.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과 이대로 아무것도 안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만 있었다. 오늘에 충실했어야 했고 탓할 시간에 좀 더 노력했어야 했다. 오늘을 흘려보내면 그냥 흘려보낼 내일만 있었다. 다시 시작하자. 안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오늘에 집중하고 내일을 준비하자. 그런 마음으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추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문의하고 내 경력에 맞는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안된다는 생각을 한 번에 버릴 수는 없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으려 노력했다. 지난날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부정어 대신 긍정어를 사용하려 노력했다.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었나. 내 경력이 필요한 회사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었고 다시 한번 정리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다. 몇 번의 실패는 오히려 좋은 약이 되었다. 솔직하게,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보여줬고 그 결과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답답하고 불안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앞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동안의 회사에서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한 회사에서는 왠지 모를 즐거움도 있었다. 힘든 일에도 불평과 짜증 대신 어떻게 하면 잘 처리될 수 있을까라는 긍정적 고민을 먼저 하게 된 것이다. 오늘을 즐겁게 보내니 내일이 기대되었고 오늘에 충실하기 위해 어제도 열심히 했다.
매일같이 오늘에 충실하기란 참 어렵다. 이런 일들을 겪었다고 해서 매일매일 오늘에 충실하지는 못했다. 짜증이 날 때도, 불평만 가득하던 하루도 있었다. 중요한 건 그런 시간이 예전처럼 길지 않다는 것이다. 안 좋은 마음과 행동은 최대한 빨리 정리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다시 오늘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래야 내일을 준비할 수 있으니 말이다.